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6일 법무부 국정감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위원장을 포함한 법사위 의원 17명의 고성과 질타가 대부분 장관의 ‘태도’와 ‘가치관’만을 문제삼아서다.
밤까지 이어진 마라톤 국감에서 이슈로 떠오른 것은 박상기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것 정도다.
이날 콘셉트는 ‘답은 이미 정해졌고 넌 그걸 말하면 된다’는 그야말로 ‘답정너’ 국감이었다. 각 당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질의를 하고는 말미에 대뜸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따져 묻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말한 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 전 대통령은 왜 탄핵당했다고 생각하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이 부결된 김이수 재판관이 권한대행 체제를 이어가는 건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장관이 ‘이미 정해진 답’을 말하지 않으면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호통을 늘어놨다. ‘다른 생각’은 허용하지 않았다. 질의하는 의원과 생각이 다르면 법무부가 마치 ‘대단히 문제가 있는 조직’이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
국감은 이렇게 12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무의미한 질문 세례에 지친 박 장관이 “의원님 말씀을 검토하겠다”며 그 순간 체면을 살려주면 조용히 넘어갔다. 이들은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워 보인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문재인정부 첫 국감인 만큼 남은 기간은 생산적이고 내실 있는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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