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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에 즉흥연기… 영화인생 기적 같아”

입력 : 2017-10-17 21:06:54 수정 : 2017-10-17 21: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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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찾은 배우 장피에르 레오 / 14세 때 데뷔… 佛 누벨바그의 기수 / 스와 감독과 작업 ‘오늘밤 사자는…’ / 전작과는 달리 ‘즐거운 죽음’ 연기
“연기 활동을 시작한 것이 열네 살 때인데, 지금 내 나이가 일흔 셋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60년 가까이 영화에 출연해 온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 장피에르 레오(사진)는 지난 16일 저녁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핸드프린팅 행사를 마친 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자신의 최신작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를 들고 왔다.

열네 살의 나이에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1959)를 통해 데뷔한 그는 이후로도 트뤼포 감독과 함께 수십 년간 수많은 작품을 함께했다. 누벨바그의 또 다른 대표주자인 장뤼크 고다르 감독과도 9편의 작품을 찍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장피에르 레오는 올해 BIFF에서 고다르 감독의 미개봉작인 ‘작은 독립영화사의 흥망성쇠’(1985)와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등 두 편을 선보였다.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된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는 일본의 스와 노부히로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장피에르 레오가 배우 장으로 등장하는, 장피에르 레오에 대한 오마주 같은 영화다. 촬영이 무기한 연기되자 죽은 옛 연인인 줄리엣의 집을 찾아간 장은 그녀가 죽은 후 방치된 집에서 머물다가 그곳에서 호러 영화를 찍으려는 아이들을 만나 촬영에 동참하게 된다.

이날 핸드프린팅에 앞서 레오와 함께 영화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한 스와 감독은 “대학시절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보고 영향을 받아 영화계에 들어서게 됐다”며 “나에게 장피에르 레오는 특별한 존재이고 그와 영화를 만들게 됐다는 것이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에 이어 아시아 감독과 두 번째로 작업을 함께한 레오는 스와 감독과의 작품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와 감독의 작업 방식은 몹시 독특하다. 아무런 생각이나 창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갑자기 사람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액션’을 외친다. 73세의 나이에 순간적으로 창작성을 발휘해 즉흥연기를 펼친다는 것은 매우 매우 매우 힘든 일이다. 하하하.”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는 옛사랑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지만, 시종일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실제로 영화 안에서 아이들이 영화를 만들어간다. 아이들이 만드는 영화에서는 사람이 굉장히 쉽게 죽고, 죽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 나는 죽음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몹시 고민하고 망설이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산다는 것은 멋지다’는 주제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전작 ‘루이 14세의 죽음’(2016)에서 ‘무거운 죽음’을 보였줬던 레오는 새 영화에선 ‘즐거운 죽음’을 선보인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요즘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부산=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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