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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감춰졌던 사이코패스… 비뚤어진 성욕이 부른 참극

입력 : 2017-10-13 19:33:51 수정 : 2017-10-13 21: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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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심리분석 결과 발표/아내 죽자 성욕해소 위해 범행/ 피해 여중생 잠깨 저항하자 살해/ 심리적 종속 된 딸 맹목적 가담/“이영학 사이코패스 성향 보여”/ 경찰 초동수사 부실 감찰 검토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 피의자인 이영학이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범행 동기는 성욕 해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살인·추행유인·사체유기·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며 브리핑을 열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영학은 딸 이모(14)양과 함께 사전에 A양을 유인하기로 계획을 했고, 이양은 지난달 30일 12시20분쯤 A양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놀러오라고 했다. 경찰은 이영학은 이양으로 하여금 A양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A양이 음료수를 마시고 잠들자 이영학은 딸을 집에서 내보낸 뒤 A양을 성추행했다. 경찰은 “성폭행 흔적은 없었다. 옷을 벗기고 몸을 더듬는 수준의 추행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A양이 깨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해 수면제 3알을 물에 희석시켜 더 넣기도 했다. 하루 뒤인 1일 오전 다시 딸이 외출한 사이 A양이 잠에서 깨어나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이영학은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워 수건으로 목을 졸랐고, 여의치 않자 넥타이를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망 추정 시각은 1일 낮 12시30분이다.
◆“엄마 역할이 필요하니 A양을 불러라”


이영학은 딸 이모(14)양에게 친구인 A양을 부르라고 시키면서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 “A양이 착하고 예쁘니 데리고 와라”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학의 아내 최모(32)씨는 지난달 6일 자택에서 투신해서 자살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성적 욕구를 풀 대상이 없었던 이영학은 딸 친구인 A양을 그 대상으로 특정했다. 이영학을 면담한 프로파일러 서울청 과학수사계 소속 이주현 경사는 “여기에서 ‘엄마 역할’은 한 마디로 규정하면 성적 욕구 해소 대상이다. 성적 각성이 높은 이씨의 경우 비상식적인 성생활로 자극을 느끼는데 성인 여성은 통제가 여의치 않으니 통제가 쉬운 청소년에게 생각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면서 접촉하기 쉽고 부르기 용이한 딸 친구를 특정했다. 다만 소아성애 성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성장과정에서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자신의 신체장애를 인식했고, 장애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폭력성이 키워졌다. 이 경사는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 평가는 통상적으로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영학은 딱 25점으로 채점됐다.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딸 이양에게 이영학은 세상의 전부, 심리적 종속 경향 심각”

이영학의 딸 이양은 A양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건네고, 사체를 유기할 때도 돕는 등 이번 일련의 사건 과정에서 공범으로 행동했다. 경찰은 이양이 아버지인 이영학에 대한 종속 성향이 매우 강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양을 면담한 프로파일러 서울청 과학수사계 한상아 경장은 “이양에게 이영학은 단순한 아버지 이상의 존재로 심리적 종속관계로 보면 된다”면서 “이양이 지능적으로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고 능력이 이영학이라는 필터를 통해 해석된다. 아버지와 똑같은 유전병을 앓고 있고, 그 과정에서 고민 상담을 하거나 정보를 획득하는 통로가 아버지인 이영학 뿐이다. 아울러 모금활동 등을 통해 경제적인 부분도 이영학이 모두 해결해줬기 때문에 아버지가 없으면 본인이 죽는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영학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인식은 하지만, 이영학이 틀렸다고 인정하기는 싫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상이 이영학에게 도덕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을 못 견뎌하고 있으며, ‘아버지에게 다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등의 말로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양은 이영학의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이영학이 시킨 것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A양에게 건네려던 수면제를 탄 음료수는 큰 병, 작은 병이 세트로 된 드링크제였다. 이영학은 큰 병에 수면제 3정, 작은 병에 2정을 타면서 이양에게 “이건 A양을 마시게 하고, 넌 수면제가 들어있지 않은 다른 드링크를 마셔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양은 A양에게 수면제 3정을 탄 큰 병을 건넨 뒤 자신이 수면제 2정을 탄 작은 병을 마시고 말았다. 드링크를 마시다 그만 둔 이양은 A양에게 감기약이라며 이영학이 평소 복용하던 수면제 효과가 있는 신경안정제 2정을 먹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마시던 드링크도 함께 마시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양은 A양을 찾던 어머니가 전화하자 “오후 2시반쯤에 패스트푸드점에서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경장은 “시키지도 않은 신경안정제를 권한 것이나 거짓말한 것 모두 아버지의 계획에 차질이 있을까봐 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아버지가 하는 일은 모두 옳아’라는 사고에서 나온 행동으로 분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길우근 형사과장이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 피의자 이영학의 살해동기 및 수법 등에 대한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단순 가출로만 판단한 경찰, 부실했던 초기대응

A양 모친의 실종신고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쯤 접수됐고, A양은 이튿날인 1일 낮 12시30분께 살해됐다. 실종 신고 후 A양이 13시간 가량 생존했던 것이다. 신고 이후 초기에 경 찰의 적극 대응이 있었다면 살인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신고 접수 이후 중랑서 여성청소년과는 타격대를 동원해 A양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꺼진 망우사거리 일대를 수색했으나 담당 직원은 1일 오전 당직 근무를 마치고 주간 근무자에게 인계하지 않고 퇴근했다. 1일 오후 또다시 망우사거리 인근 수색에 나섰으나 이때는 이미 이영학이 A양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 강원도 영월로 떠난 뒤였다.

1일 오후 9시쯤 경찰은 A양 모친과의 통화를 통해 이양의 존재를 알았지만, 이양이 아내 자살 사건으로 경찰 내사 중인 이영학의 딸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은 A양이 살해된지 하루가 지난 2일 오후였다. 2일 오후 9시에야 사다리차를 동원해 이영학의 자택을 수색했고, 3일에도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면서 이영학 부녀가 A양 실종과 연관됐음을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자가 대기하던 조희련 중랑경찰서장이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은 4일 오전 11시30분쯤이다. 수사 책임자가 A양의 실종 나흘만에, 살해 사흘만에 첫 보고를 받고서야 형사과 중심의 합동수사팀을 구성을 지시한 것이다.

경찰은 초기대응 부실 지적에 대해 A양 실종 초기에는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을 시인했다. 중랑서 관계자는 “사건 초기에는 ‘단순가출’ 사건으로 판단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수사에 최선을 다한 것이라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저희도 A양의 죽음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측면이 있는지,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사실관계를 일단 살펴보고 정식 감찰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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