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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

우울한 음색의 여자는 손가락 마디를 꺾는다. 구 악절의 노래여, 철금 소리 휘파람 분다. 외롭거나 긴장할 때 몸은 찬 악기와 흡사해, 생상스는 ‘죽음의 무도’에 실로폰을 사용해 달그락거리는 뼈를 환기시켰다고 한다. 생강 같은 소리, 악기를 감싼 붉은 가죽이 너덜너덜해진다. 완전한 결부는 없다. 긴 터널 빠져나와 햇빛 속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오그라든 마음, 지팡이에 입맞춤하는 시간, 당신의 뼈로 나의 잔뼈들을 두드릴 시각이 다가온다.

-신작시집 ‘표류하는 흑발’(민음사)에서

● 김이듬 시인 약력

△2001년 ‘포에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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