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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건강 꼭꼭 채워 오손도손 빚는 ‘가족의 꿈’

입력 : 2017-10-02 08:00:00 수정 : 2017-10-0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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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엔 맛있는 송편 빚어볼까
“자, 이렇게 버선코처럼 뾰족하고 우아하게 모양을 만들어주세요. 반대편도요. 그런 다음 날을 잡아주면서 둘을 잇는 거예요. 찔 때는 모진 부분이 위로 오게 세우지 말고 눕혀서 찌는 것이 좋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칼날처럼 모진 것을 경계하셨지요.”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추석을 앞두고 전통 송편 만들기 강의가 진행됐다. 윤숙자 소장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직접 강의에 나섰다. 대학생과 지방에서 온 청년, 연변에서 한국 전통 떡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중국인까지 다양한 수강생들이 모여 송편을 빚었다.


윤 소장은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전래동화처럼 송편의 유래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였다. 스토리가 녹아든 송편 강의는 추석의 의미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송편의 기원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 의자왕 시대, 등에 ‘백제는 만월(滿月)이요 신라는 반월(半月)이다’는 글귀가 쓰인 거북이 궁궐에서 발견됐다. 의자왕이 점술가를 불러 물으니 “백제는 만월이라 서서히 기울어 망하게 될 것이요, 신라는 반월이라 차차 커져 흥할 것”이라 해석했다. 그때부터 백성들은 모든 일이 흥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반달 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반달 모양 떡은 고려시대에 일반화됐다. 17세기 조선시대 작자미상의 요리책인 ‘요록’에는 송편에 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한다.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이 쪄서 물에 씻어낸다’는 설명이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가운데)이 송편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엔 반달 모양이 아닌 다양한 꽃 모양의 예쁜 송편을 만들기도 하는데 윤 소장은 이에 대해 우려했다. “송편은 보름달처럼 가득 차기를 기대하는 ‘희망’의 의미로 반달 모양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예뻐도 모양이 달라지면 송편이라 칭하기 어렵지요. 고유의 의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대적 스타일을 가미하는 정도가 적당하겠습니다.”

윤 소장의 꽃 송편은 양쪽이 버선코처럼 뾰족한 반달 모양을 유지하되 남은 반죽으로 송편과 다른 색깔의 꽃 모양 포인트를 준다. 마치 전통 한복의 깃에 꽃 자수를 넣은 듯,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다.

전통적으로 송편은 흰색과 쑥으로 색을 낸 녹색뿐이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반죽에 다양한 천연재료를 넣어 만든 오색 송편이 등장했다. 주로 치자(노란색), 딸기(빨간색), 계피(갈색) 등으로 색을 더한다. 요즘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다른 친숙한 재료들로 응용할 수 있다.

녹색은 쑥 대신 녹차가루를 쓸 수 있고, 붉은색은 오미자, 석류진액, 레드와인, 포도 등을 사용해 만들 수 있다. 노란색은 단호박으로 치자를 대신할 수 있고 갈색·검은색은 도토리가루, 칡가루, 흑미, 검은깨 등으로 낼 수 있다. 윤 소장은 “갈색 송편은 커피가루로 색을 낼 수도 있는데 향이 아주 좋다. 단, 맛이 쓰기 때문에 헤이즐넛 커피가루를 사용해야 한다”며 “코코아가루로도 대신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팁’을 전수했다.

다양한 색깔만큼 맛도 다양한 것이 송편이다. 여러 가지 소(송편 속)를 넣어 만들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보통 풋콩과 껍질을 벗겨 으깬 팥, 꿀과 섞은 깨를 사용하지만 정답은 없다. 넣고 싶은 것을 넣으면 된다. 밤, 대추, 녹두, 고구마까지. 가을을 가득 머금은 햇곡식을 담으면 맛도, 정성도 풍성해진다.

송편은 솔잎을 넣고 찐다 해서 ‘송병’(松餠)이라 불리다가 송편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솔잎을 넣고 찌지 않으면 송편이 아니다. 솔잎을 넣으면 은은한 향이 송편에 배고, 솔잎에서 나온 피톤치드가 송편을 잘 쉬지 않게 한다. 찔 때 솔잎 자국이 송편에 남게 되는데 불규칙한 직선 무늬도 나름 멋이다.

멥쌀을 주재료로 하는 송편은 ‘추석 다이어트의 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양한 견과류를 넣어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으므로 적당량 먹을 경우 영양적 측면에서도 조화롭다.

20년 넘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온 윤 소장은 추석을 앞두고 꼭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부담부터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족이 모이면 즐거워야 하는데 평소 교류가 적고 대화가 많지 않아 부담스러운 걸 거예요. 올해는 가족끼리 둘러앉아 송편을 빚어보는 게 어떨까요. 서로 사는 얘기와 고민을 나누면서 송편을 빚고 나눠 먹으면 행복이 보름달처럼 가득한 추석이 될 거예요. 꼭 한 번 해보세요.”

 

곱디고운 오색송편 만들기

재료

- 멥쌀가루 5컵, 소금 1/2큰술, 끓는 물

- 색 : 쑥가루, 치자물, 딸기물, 계핏가루

- 소 : 1. 풋콩, 소금 1/4 작은술

2. 통깨 30g, 꿀 1/2 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8 작은술

3. 거피팥 30g, 소금 1/4 작은술, 꿀 2/3 큰술

- 참기름, 식용유, 솔잎

만드는 법

① 멥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체에 내린 후 5등분하여 각각의 송편 색을 넣고 고루 섞어 체에 내린다 → 송편을 찌면 색이 진해지기 때문에 조금 연한 듯 만드는 것이 좋다.

② 소의 재료를 손질하여 소를 만들어 놓는다 → 깨소를 만들 때 꿀은 적당히 넣는다. 꿀을 많이 넣어 질어지면 송편을 찔 때 터진다.

③ 각각의 색을 들인 멥쌀가루는 끓는 물로 익반죽해 오래 치댄다 → 끓는 물로 반죽해야 송편을 찐 뒤 빨리 굳지 않는데, 끓는 물로만 반죽하면 잘 되지 않는다. 끓는 물로 반죽하다가 마지막에 찬물을 살짝 넣어주면 좋다.

④ 반죽을 떼어 소를 넣고 오므려 송편 모양을 만든다→ 소를 넣은 뒤 손으로 꼭 쥐어 송편 속 바람을 빼줘야 찔 때 터지지 않는다. 바람을 뺀 뒤엔 다시 둥글게 굴려준 뒤 모양을 만든다. 버선코처럼 뾰족하게 양쪽 모양을 잡아준 뒤 날을 잡아주면 된다.

⑤ 찜기에 물을 붓고 센불에 올려 김이 오르면 젖은 면보를 깐 뒤 솔잎을 고루 펴서 송편을 가지런히 놓는다. 뚜껑을 덮고 김이 올라오면 15분 더 찐다 → 물기가 다시 송편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뚜껑 아래쪽에 면보자기를 덮는다.

⑥ 쪄진 떡은 꺼내어 찬물에 재빨리 담갔다가 건진 뒤 솔잎을 떼어내고 기름을 바른다 → 참기름과 식용유를 1대1 비율로 섞어 준비한다. 참기름만 바르면 송편 색이 어두워지고, 식용유만 바르면 향이 없다.


글·사진=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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