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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분노… 감정은 내재된 게 아니라 만들어낸다

입력 : 2017-09-30 03:00:00 수정 : 2017-09-29 16: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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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최호영 옮김/생각연구소/2만2000원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최호영 옮김/생각연구소/2만2000원


‘왜 나의 슬픔은 다른 사람의 슬픔과 다른 것일까.’

사람들은 특정 상황이나 대상으로 보고 ‘화난’, ‘슬픈’, ‘겁에 질린’ 등 동일한 감정의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의미가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혹자는 ‘슬픔’과 ‘공포’를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은 ‘슬픈’, ‘겁에 질린’, ‘불안한’, ‘우울한’ 등의 단어를 ‘기분이 더럽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는 행복이나 평온, 자부심과 같이 비교적 유쾌한 감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리사 펠드먼 배럿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 석좌교수는 신간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학습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감정은 내장된 것이 아니라 더 기초적인 부분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라며 “감정은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는 ‘인지상정’(人之常情), 즉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내재된 보편적 감정이 있고, 이는 특정 상황이나 대상에 의해 외부반응으로 나타난다. 끔찍한 일을 보면 비명을 지르고 슬픈 일을 겪으면 눈물이 나오는 식이다. 

리사 펠드먼 배럿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 석좌교수는 신간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인간의 감정에 대해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은 감정기법 연구에 사용된 얼굴들.
저자는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를 반박하며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emotion)을 주장한다. 이는 감정이 필연적인 것이 아닌, 감정을 의미 있고 쓸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맥락에 의해 생겨났다는 것이다. 즉 감정이 사람들 사이의 합의된 산물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감정은 문화권에 따라 그 상태가 달라진다. 저자는 그 근거로 나미비아의 힘바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연구진은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분류되는 ‘분노’, ‘공포’, ‘혐오’, ‘놀라움’, ‘슬픔’, ‘행복’을 나타낸 얼굴 사진 36장을 제시하고, 같은 감정별로 분류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힘바족은 미소짓는 모든 얼굴을 하나의 분류로, 눈을 크게 뜬 얼굴을 또 다른 분류로 구분했다. 미소짓는 얼굴은 ‘행복한’이 아니라 ‘웃는’으로, 눈을 크게 뜬 얼굴은 ‘두려운’이 아니라 ‘바라보는’으로 구분했다.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내는 대신 행동으로 범주화한 것이다. 저자는 이 실험이 보편적인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감정이 학습에 의해 생겨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감정 경험이 없는 갓난아기가 불쾌한 느낌을 받아 울음을 터뜨릴 때 부모가 ‘화난 것’으로 간주해 반응하는 것을 보고 ‘분노’라는 감정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념은 당신의 뇌에 있는 고정된 정의가 아니다”면서 “당신의 뇌는 차, 점들의 패턴, 슬픔 기타 등에 대한 많은 사례를 가지고 있다가 특정 상황에서 당신의 목표에 맞게 순식간에 사례들 사이의 유사성을 내세운다”고 설명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으로 저자는 새로운 감정의 개념을 배우는 것이 도움 된다고 조언한다. ‘기분이 좋다’와 ‘기분이 더럽다’는 두 개념만 가진 사람과 기분이 아주 좋다는 의미를 ‘만족스러운’, ‘행복한’, ‘설레는’, ‘기쁜’, ‘희망찬’, ‘감동적인’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는 사람은 감정을 쉽게 구분해 조절할 수 있다는 논리다.

책을 번역한 심리학자인 최호영 중앙대 중앙철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설계자라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설계자인 이유를 신경과학의 언어와 증거를 통해 제시하면서 이런 구성적 견해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탐구한 흥미진진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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