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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존 ‘다이어트’가 답이다] “축소도시는 미래이자 기회… 쇠퇴 아닌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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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8 19:13:09 수정 : 2017-09-28 19: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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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끝 전문가 3人 제언 / 인구 과밀 해소… 주거 개선 기회로 / 도시보다 ‘인간’에 집중하라 / 50조 쏟는 국내 ‘뉴딜 사업’ 방향은
‘축소도시는 일시적 위기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다.’ 국내에서 축소도시를 연구 중인 학자들이 입을 모아 내놓은 생각이다. ‘인구절벽’이 빠르게 현실화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축소도시 시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는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간 도시 전략이 개발·확장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제 지속가능성·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대안적 가치 위에서 축소도시 시대는 한국사회가 한 걸음 더 전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일보는 축소도시 문제에 대한 시리즈 보도를 통해 국내 축소도시의 현실과 해외 축소도시의 적응 사례를 짚어 봤다. 마지막회로 국내 축소도시 연구자 3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중소도시가 축소도시 시대에 길을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봤다.

“축소도시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임준홍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충남 공주시 충남연구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축소도시는 단순히 쇠퇴도시를 뜻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축소도시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올해 ‘스마트 축소도시 시대 충청남도 적응전략’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임준홍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그는 쇠퇴도시와 축소도시 모두 도시의 인구 감소 현상을 핵심으로 하지만 쇠퇴도시가 ‘극복’의 대상이라면 축소도시는 ‘적응’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쇠퇴도시는 인구 감소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인구 유출 차단·유입 촉진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축소도시는 저출산·고령화라는 큰 인구 추세 속에서 인구 감소는 지방 중소도시의 숙명이라는 태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축소도시의 관점에서 지방 중소도시에 필요한 건 바로 적응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다. 임 연구위원은 “축소도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이전엔 갖지 못했던 다양한 기회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은 한국사회가 지닌 다양한 사회문제가 축소도시 시대에 이르러서 자연스레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임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그간 인구과밀로 질이 떨어졌던 도시의 주거여건이 대폭 개선될 수 있는 건 물론 고질적인 집값 상승 문제도 수요 부족으로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친환경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축소도시는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높다는 것도 강점이다. 임 연구위원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구 전망을 내놓고 그에 맞춰 도시 외곽 개발을 밀어붙이는 것은 축소도시가 가진 문제점을 괜히 악화시킬 뿐”이라며 “제대로 현 상황을 응시하고 축소도시라는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임 연구위원은 “지방 중소도시들이 현 상황에 대한 근본 고민 없이 당장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돈을 따기 위해 이전에 해오던 걸 잘 포장해서 내놓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최대 국책 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5년간 5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희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채움’이 아닌 ‘비움’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희연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과 교수는 “조사차 부산을 가 보니 거긴 빈 땅에 콘크리트를 잔뜩 발라놨던데 미국 클리블랜드는 도심 빈 땅에 젊은이들이 친환경 농사를 짓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축소도시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온 연구자다.

이 교수가 주목한 건 ‘녹지화’다. 경제 침체로 인구 수가 정점을 찍었던 1950년대 대비 현재 40% 수준인 미국 클리블랜드는 도시 내 유휴지를 공동 텃밭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08년 기준 클리블랜드는 약 160개 공동 텃밭을 조성했고 주민 3600명이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클리블랜드 시는 모든 주민이 반경 약 800 또는 400 이내의 공동 텃밭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시행 중이다.

이 교수는 “비어가는 도시를 채우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비움으로써 자연과 조화하는 해결책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축소도시가 인구 유입을 위해 무리하게 재원을 쏟아넣는 건 결국 지방 중소도시 간 ‘제로섬 게임’(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0이 되는 게임)으로 결론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결국 경기침체와 인구감소에 허덕이는 지방 중소도시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 중에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꾸릴 수 있는 녹지화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해서도 결국 지방도시 간 제로섬 게임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인구가 빠져나간 도시는 급격히 살을 뺀 사람이랑 같다. 살이 빠지면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지금 진행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원래 옷에 맞춰 다시 살을 찌우려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재원이 특정 지자체로 쏠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할 때 결국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한 소도시가 아니라 일부 소수 중도시가 재원을 독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대상 도시 선정 과정이 단순한 줄세우기 경쟁이 된다면 도시재생은 축소도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구형수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도시’가 아닌 ‘인간’


구형수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서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해 언급하면서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은 성급한 도시재생이 아니라 ‘정주 안정화’ 전략을 추구하는 게 답”이라고 주장했다. 지속적이면서도 심각한 수준의 도시 축소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의 경우 섣부른 재생사업은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뿐더러 지자체 재정 부족 탓에 사후관리 문제만 불거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런 곳은 오랜 기간 이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여겨온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정주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이 도시라는 공간 자체의 활력 촉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정주 안정화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의 복지를 겨냥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구 연구원은 지난해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연구’를 통해 한국의 축소도시 20곳을 선정하는 등 작업을 했다. 현재 노인의 정주 안정화를 뜻하는 개념인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구 연구원이 주목하는 건 유휴·방치 부동산에 대한 ‘일시적 활용 제도’다. 현재 지자체의 유휴·방치 부동산 접근은 사실상 반영구 활용을 가정한 채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 소유권 문제를 해소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 상당한 재원과 시간이 소요된다. 문턱이 높으니 활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부동산의 범위가 좁고, 활용 방안 또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시적 활용 제도는 지자체가 재산세 면제 등 유인책을 내걸고 부동산 소유주와 협약을 맺고 해당 공간을 특정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유주 입장에선 지자체가 내놓는 유인책뿐 아니라 방치된 부동산의 유지·관리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독일의 경우 재산세 자체가 높아 세금 면제 유인책으로 많은 부동산 소유주를 끌어들여 활발하게 일시적 활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경북 안동 등 일부 지자체가 방치된 땅 일부를 이 방식으로 주차장 등으로 쓰고 있다.

구 연구원은 “해외의 경우 이 제도가 활발하게 이용돼 ‘팝업산업’(한정된 기간 동안 운영되는 산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라면서 “우리도 단순히 주차장 같은 낮은 수준의 활용이 아니라 전시장, 매장 등으로 그 활용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승환, 사진=남제현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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