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를 빛낸 ‘스타’들은 무대나 스크린에서 보이는 모습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다를까.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을 보기좋게 배반하는 전형적인 인물이 배우 최불암(77)이다. 그는 ‘수사반장’이나 ‘전원일기’의 소박한 남정네의 성정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보여준 인물이다. 기자이자 시인 겸 소설가로 살아온 장재선(51·사진)이 펴낸 ‘시로 만난 별들’(작가)에는 원로 배우 황정순 최은희 최불암에서부터 가수 조용필 최백호를 거쳐 배우 전지현 손예진과 걸그룹 소녀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인물 39명의 이야기가 40편의 시와 에세이로 담겨 있다.
대중과 친숙한 연예인이면서도 ‘딸깍발이’ 이미지가 있다고 귀띔해주는 가수 최백호를 묘사한 시편은 그의 노래 분위기처럼 애잔하고 서럽다. 필자의 시적 재능이 대중문화와 만나 생활 속의 문학을 구현하는 미덕이 이 책의 강점이다. 배우 수애의 시편 ‘비와 바람과 눈빛’은 이렇게 흘러간다.
“장미 가시에 찔린 것처럼/ 신음을 흘렸던 것이로구나./ 그녀의 환한 얼굴 뒤에/ 그늘이 숨었다고/ 가시 돋친 소문을 낸 것은,// 그해 여름 장미가 견뎌야 했던/ 비와 바람의 날들을/ 떠올리지 못했구나,/ 오직 햇살과/ 향기만을 탐하였구나.”
수애를 설명하는 프로필 에세이에서는 솔직하게 그녀를 만나 인터뷰할 때의 곤혹스러웠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이 에피소드가 수애의 이면을 드러내는 것이기는 하되 비판하는 맥락은 아니다.
‘효녀 가수’ 현숙을 말하는 시는 그네의 알려진 품성처럼 명랑하다. “늙어도 남자들은 거시기가 선다잖아/ 그래서 조심조심 몸을 닦았지./ 그래도 거기를 안 닦을 수는 없으니/ 이거 어쩌나/ 눈을 질끈 감고 할 수밖에.” 목욕봉사를 간 현숙이 일어서지도 말도 못하던 그 할아버지를 무사히 씻기고 돌아서는데, 그 할아버지 벌떡 일어서서 “핸숙아, 또 또…”를 외치더란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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