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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수변식생벨트 조성 딜레마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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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7 21:23:59 수정 : 2017-09-27 23: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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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식생벨트 위해 구입한 토지
강변구역과 거리가 먼 경우 많고
연속적인 띠 이루기에 크게 부족
숲 조성용 나무도 거의 산림수종
자연환경과 인위환경 사이의 기능적 불균형으로 환경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자연환경 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천의 본 모습 찾기가 그 중심에 있다. 물은 모든 생명활동의 기초가 된다. 하천을 비롯한 수생태계의 수질은 물이 모이는 유역의 토지이용 유형과 유역에서 유입되는 물이 수계로 합류하기 전에 물을 걸러주는 강변식생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생태적으로 건전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역에서 토지이용 강도를 낮추거나 그 강도가 심할 경우는 보다 넓고 질 높은 강변식생대를 확보해 여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유역에서 밀려드는 물을 인공제방이 막고 있는 우리나라의 하천체계에서 이러한 개념이 적어도 지금 당장 적용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러 해 전부터 수변식생벨트 조성을 목적으로 토지를 매수하고 그곳에 식생을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 인공제방을 무시하더라도 수변식생벨트를 제대로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변식생대의 위치를 올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하천은 물이 흐르는 장소와 그것이 흘러넘치는 범위를 포괄해 지칭한다. 즉 하천의 공간적 범위는 수로와 범람원을 포괄한다. 지질학적으로 이 공간적 범위에는 충적토가 존재해 주변과 구분이 되고, 생물학적으로는 강변식생이 분포해 주변지역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습한 지소를 선호하는 우리의 주식인 벼를 재배하기 위해 옛날부터 하천 변을 논으로 개발해 온 우리는 하천의 이러한 공간적 범위를 잊고 살아온 지 오래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태학
농사일을 중단한 논을 잘 살펴보면 그곳에서 하천 변에 살고 있는 식물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또 6·25전쟁 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고 60여 년의 세월을 보낸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한 민통선 북방 지역을 보면 과거의 논이 하천 변에 자라는 식물로 뒤덮여 역시 본래 하천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밖에 하천에 인접한 아파트단지나 주택의 뜰에서 돋아나는 버드나무를 비롯한 식물도 그곳의 원모습을 알리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자연환경 복원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대조생태정보로 기능할 수 있고, 강변 구역의 폭을 결정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에서 수변식생벨트로 조성한다고 구입한 토지는 강변구역과 거리가 먼 토지가 많다. 또 본래 계획대로 비점오염물질을 잡겠다고 설치하려면 연속성이 유지돼야 하는데, 지주의 비협조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연속적인 띠를 이루기엔 크게 부족하다. 어렵게 매립해 조성한 숲은 더욱더 문제가 많다. 강변구역임에도 도입한 나무는 대부분 산림수종일 뿐만 아니라 생태적 복원에서 철저히 배제돼야 할 외래종, 지역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외지종, 자연에서 자라는 본래 모습과 다르게 변형시킨 원예품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천변에 자라는 식물은 산에 자라는 식물과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줄기조직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하천 변에 자라는 식물은 연한 조직이 있어 잘 휜다. 그러기에 홍수가 나도 잘 꺾이지 않고 휘어져 물을 흘려보내고 나서 다시 곧추선다. 뿌리도 차이가 있다. 흔히 뿌리의 모임인 근계가 발달해 홍수 시에도 쓸려 내려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또 물에 잠겨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에 자라는 나무는 조직이 연하지 않아 잘 휘지 않고, 뿌리가 발달하지 않아 홍수 시 부러지거나 뿌리가 뽑혀 물 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물에 잠기면 살아남지 못하기에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거르는 작용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환경 복원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진단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자연환경 복원의 모델이 되는 대조생태정보가 확보되지 않으며, 수많은 식물이 고사된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니 모니터링과 순응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환경 복원의 기본 원리와 절차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연구관리와 함께 사업관리가 시급하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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