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정부는 최근 지난 2008년 폐지된 ‘컵 보증금’ 부활을 예고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원찮다. 일회용 컵은 공병과 달리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50∼100원의 보증금을 받기 위해 일회용 컵을 반납할 사람이 얼마나 많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 실효성 없이 가격만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1인당 커피 소비량 288잔→377잔
컵 공해는 커피소비량이 늘어나면서 대두됐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77잔으로 나타났다. 하루 1잔 꼴인 셈인데 288잔이었던 2012년에 비하면 5년 새 100잔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자 2006년 3조원대였던 커피시장 규모도 지난해 8조8000억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도로변 등 도심 곳곳에 얼음이 녹아내린 일회용 컵들이 많아진 배경이다. 평소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사람들이 버리고 싶어서 버리겠느냐.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는 등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길거리에 일회용 컵이 수북이 쌓여있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환경부는 최근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와 비닐봉지 사용량 감축 등을 골자로 한 일회용품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고려 중인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앞서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패스트푸드 업체, 커피전문점 등과의 자발적 협약을 통해 시행된 바 있다. 당시 업체들이 일회용 컵 하나당 50∼100원씩 보증금을 받은 뒤 소비자가 컵을 가져오면 돈을 돌려줬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에도 보증금 제도를 통해서 일회용 용기의 길거리 무단투기가 상당히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오리건주의 경우 길거리 무단 투기가 40%에서 6%로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실효성은 “글쎄…”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실효성이 문제다.
앞서 컵 보증금 제도가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될 때에도 낮은 회수율과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 시민단체가 2주 간 패스트푸드 및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200여곳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회용 컵을 환불하는 소비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장 20곳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환불되는 일회용 컵 중 60~80%가 매장 내에서 사용된 뒤 바로 환불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시민단체는 “컵 회수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환경부나 환경단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소비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일회용 컵 환불 노력을 하는 사람은 22.4%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2002년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6년 동안 40%에 미치지 못했던 회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컵 보증금을 얼마로 할 지도 문제다. 현재 50∼100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보증금이 너무 낮으면 회수율이 높지 않을 것이고, 너무 높으면 업체들이 소비자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서다. 비슷한 예로 올해부터 소주병의 빈병 보증금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2배 이상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 반환율이 47%에 그쳐 소주와 맥줏값만 올랐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50원, 100원을 받기 위해 컵을 커피전문점에 도로 가져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소주나 맥주병도 가져오면 돈을 준다고 하지만 다들 그냥 버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보증금 확 높이거나 쓰레기통 늘려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외국처럼 컵 보증금을 1000원 이상으로 대폭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와 함부르크시, 베를린시 등은 일회용 컵 사용 억제를 위해 인증 스티커가 부착된 플라스틱 컵에 1유로(1330원)의 보증금을 부과한다. 독일 내 61개 브랜드의 카페, 베이커리 매장에서 소비자들은 해당 컵 사용 후 반환 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텀블러와 머그잔 사용 장려도 중요하다. 텀블러나 머그잔 사용에 따라 유의미한 수준의 비용 인하나 관련 혜택을 주도록 제도화한다면 일회용 컵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 플라스틱 컵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시민의식이 문제”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서울만 보더라도 각 구청 별로 쓰레기통 갯수가 100∼2000여개로 천차만별인 상황이라 시민들 입에서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쓰레기 문제는 일회용 컵 사용을 아예 자제하도록 설계하거나 쓰레기통을 늘려야 해결되는 문제”라며 “지자체 사정상 일반적인 쓰레기통 증가가 부담이라면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처럼 일회용 컵만 버릴 수 있는 전용 쓰레기통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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