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가 갖고 있는 캐릭터는 소재나 디자인에서 상투적이다. 동식물, 지역상징물, 특산물 등 소재에 관계없이 모두 반짝반짝한 눈에 활짝 웃는 입 모양을 하고 손발이 달려있다. 단순히 형태를 변형하거나 의인화해 디자인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지역 정체성이나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정 교수는 “대다수 지자체가 담당공무원을 통해 업체를 선택하고, 무성의하게 캐릭터를 만드는 수준에 그친다”며 “지역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뒤 트렌드에 맞게 이미지로서의 조형성과 차별성, 접근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치단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캐릭터와 상징물은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교체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서 캐릭터의 관리와 활용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캐릭터 활용을 위해선 지속적인 노출은 필수적이다.
정 교수는 “캐릭터를 개발한 뒤 지역주민들에게 인지시키는 데만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계획과 전 부서 차원에서 활용하겠다는 높은 의지를 갖고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 출판만화, 정책홍보물, 홈페이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다양한 통로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캐릭터도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입고, 어떤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하는 정체성이 있다”며 “어울리지 않는 곳에 등장하면 정체성에 혼란이 오듯 컨트롤타워를 두고 장기적 전략에서 캐릭터성이 선명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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