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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허위제보에 조작까지…마녀사냥에 빠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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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9 07:00:00 수정 : 2017-09-18 23: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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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들의 거대 스캔들이 아니라 일반인의 사소한 잘못이 곧 마녀사냥의 표적으로”
“자극적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흥미와 관심, 실시간으로 부추기는 언론도 문제”
“인터넷에서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어떤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 인터넷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
서울소재 대학에서 사진영상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모(22)씨는 최근 졸지에 ‘온라인 마녀사냥’의 피해자로 전락할 뻔했다. 새벽3시쯤 강남역 부근의 한 카페에서 주인의 허락까지 받은 후 바닥에 놓인 소품을 촬영하고 있었던 김씨를 향해 옆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별안간 ‘몰카범’이라 며 소리치기 시작한 것. 심한 욕설을 내뱉으며 사진을 연이어 찍고 “당장 사회관계망(SNS)에 얼굴을 유포하고 신상을 털겠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동료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진을 지우고 억울한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있었지만 김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벌써 일주일째 카메라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대인기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240번 버스 기사’ 사건을 비롯해 연이은 온라인 마녀사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예전에는 연예인, 정치인을 비롯한 일부 공인들만이 근거 없는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곤 했지만 SNS가 발달한 요즘엔 일반인들까지 피해자로 전락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특히 예전에는 공인들의 거대한 ‘스캔들’이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의 사건들은 일반인의 지극히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240번 버스 기사 사건은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아이가 내리고 엄마가 내리지 못했는데도 운전기사가 이를 무시하고 내달렸다는 목격자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발생했다. 폐쇄회로(CC)TV가 공개된 이후엔 사실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최초 유포자를 처벌하라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미 아이엄마와 버스기사 모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은 후였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형법상 명예훼손 사건 수는 약 10% 감소한 반면,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사이버명예훼손) 사건 수는 20% 증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은 1만4908건에 달했다.

대다수 언론학자들은 여론몰이 식 마녀사냥에 인터넷 기사들에 달리는 ‘폭력적 댓글’ 역시 한몫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면서 뉴스 원문에 드러난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이 실린 댓글까지 읽으며 사람들의 생각을 함께 접하게 된 것이 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부 폭력적 댓글로 인해 뉴스의 수용자에게는 관련 내용이 보다 자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감각적 호소와 연결되면서 뉴스내용의 과장과 왜곡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창호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댓글의 폭력성은 사실 소수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처럼 착각하게 되고 이에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댓글이 탄력을 받아 여론을 더욱 폭력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상이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단순히 ‘자극적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 ‘마녀사냥 자체를 즐기며 상황이 격화되어가는 것을 즐기는 문화’도 마녀사냥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상에서 마녀사냥을 겪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층 연구를 시도한 성동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관련 논문을 통해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마녀사냥 가해자들이 일종의 정의를 언급하며 누군가를 비난하고 판단하지만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정의는 사실 그릇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 역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일단 급하게 보도하고 보면서 문제점이 커진다”며 “대중들이 특정 장면만 보고 흥분해 글을 올리고 퍼나를 수 있기에 사실을 검증하고 보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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