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포항서 20년만에 달성 / “동료들 덕분에 이뤘다” 겸손 / 전북, 포항 상대 4대0 대승 이동국(38·전북 현대)은 포철공고 시절부터 고교축구 무대를 평정하며 ‘천재’로 대접받아온 선수다. 1998년 19세 나이로 포항에서 프로로 데뷔해 그 해에만 11번이나 골망을 갈랐고, 한국이 부진했던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이동국의 축구 인생은 굴곡 그 자체다. 2002년에는 월드컵대표 명단에서 탈락해 한국이 월드컵 4강의 위업을 이루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로 이적해 유럽무대에도 도전했지만 이 역시 뼈아픈 실패로 이어지며 쓸쓸히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실패가 이어져도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K리그에서 하나씩 기록을 쌓아나갔고 결국 리그의 ‘레전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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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이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포항과의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후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이런 이동국이 K리그에서 또 하나의 값진 기록을 작성했다. 이동국은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포항과의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을 기록하며 통산 197골 71도움으로 K리그 역대 최초로 70득점, 70개 도움을 돌파한 ‘70-70 클럽’ 가입을 신고했다. 데뷔 시즌이었던 1998년 11득점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록을 쌓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친정팀을 상대로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한 이동국은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전반 41초 만에 한교원의 오른쪽 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가볍게 공을 밀어 넣으며 첫 골을 기록했다. 대기록은 2-0으로 앞선 전반 29분에 만들었다. 이동국의 왼발 슈팅이 한교원의 발끝을 맞고 들어가며 도움을 기록해 70-70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전북은 이동국의 활약과 이재성의 멀티골로 포항에 4-0 대승을 거뒀다. 3연승을 내달린 전북은 승점 60을 기록, 울산 현대(승점 51)를 2-1로 꺾은 2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54)와 승점 차를 6으로 유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동국은 경기 후 “내가 태어난 곳인 포항에서 대기록을 달성해 감회가 새롭다”며 “골을 넣는 것보다 어시스트하는 게 어려웠는데, 동료들의 도움으로 운 좋게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국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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