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가 대법관을 지내지는 않았지만 50대 후반의 개혁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여당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기준이 있다.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부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안 그래도 동성애자 결혼, 종교적 병역거부 등 진보적 이슈에 대한 찬반으로 우리 사회가 둘로 갈라지고 있다. 사법부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면 신임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와 판결에서 균형의 추가 돼야 한다.
신임 대법원장은 권한이 막강해 마음먹기에 따라 대법원의 구성을 좌일변도로 바꿀 수 있다. 헌법재판관과 달리 대법관은 모두 대법원장이 임명제청권을 행사한다. 차기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0명을, 그중 내년에 6명의 대법관을 지명한다. 내년에 대법원장 몫 헌재재판관 1명도 지명한다. 이 재판관은 차기 헌재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때보다 대법원장의 균형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후보자는 법원 내 진보성향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냈다. 이 단체들 소속 법관들은 종교적 벙역거부자에 대해 온정적 판결을 해왔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오르면 군대 내 동성애를 옹호하고 동성혼을 지지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을 지나치다고 말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방미 하루를 앞둔 어제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금주 내) 막아 달라”고 압박하는 것은 협치 정신과 거리가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김이수 헌법재판소 소장대행 인준안이 부결되자 국민의당을 향해 ‘땡깡 정치’, ‘적폐 연대’라고 비난했다. 헌법기관을 폄하한 추 대표의 행위가 부메랑이 되고 있다.
국회 인준안 표결은 이번주 내에 해야 한다. 여야 간 뒷거래나 정치 공방을 접고 의원 자유투표로 하되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모두 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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