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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극동러시아]“한·러 협력 뒷받침할 ‘북방 시장 개척’ 전문가 육성 시급”

입력 : 2017-09-17 18:58:12 수정 : 2017-09-17 21: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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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끝〉 ‘극동러시아 진출’ 전문가 4인 제언
극동러시아 지역이 21세기 신대륙으로 부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적극적인 극동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EEF·9월6∼7일)에 참석해 신북방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방러와 관련, △한·러 정상 간 유대 및 신뢰관계 강화 △획기적인 양자 관계 격상 의지 재확인 △구체적인 실질협력 방향 제시 △북핵 대응 및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조 확인을 주요 성과로 밝혔다. 8월8일자 제1회를 시작으로 ‘기회의 땅, 극동 러시아’ 시리즈를 연재해온 세계일보는 마지막(7회)으로 러시아 전문가인 변현섭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HK연구교수, 성원용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위성락 전 주 러시아 대사,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교수(가나다 순)에게 문 대통령의 방러 평가와 향후 한·러 관계 발전, 극동러시아 개발 참여를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인터뷰 전문은 www.segye.com 참조

◆“중소기업들 러 진출 문턱 낮추고 적극 지원”-변현섭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

변현섭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HK연구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성공적인 신(新)북방정책 추진의 기반을 조성하려면 중소 기업의 참여를 견인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방러 성과 중 하나인 20억달러 규모 투융자플랫폼 설치를 통한 금융지원에 대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며 “기업들에 (금융지원) 문턱을 낮춰서 실질적으로 자금이 운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들 대부분 신용도가 낮은데 과거엔 기준을 너무 높이 적용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 대부분은 별 효용이 없게 만들었다”며 문턱을 낮추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를 마련하거나, 기업을 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이 현실의 어려움을 접수하고 해소시켜 나가는 데에 좋다고 밝혔다. 변 교수는 모스크바 주재원 등 기업에서 8년간 현장 업무를 해 이론과 실무에 밝다는 평이다.

변현섭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HK연구교수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성과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남정탁 기자

변 교수는 중·일의 극동러시아 참여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중국은 다양한 루트로 총 1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투융자펀드를 합의해 규모 면에서 여전히 다른 국가를 압도했고, 일본 역시 우리보다 40개가 많은 56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시키면서 러·일 경협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로 ‘블라디미르’, ‘신조’라고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고 높임말인 ‘브이(вы·당신)’가 아닌 ‘뜨이(ты·너)’를 쓰며 친밀함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내년 5월 말 예정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아베 총리를 초청하자 아베 총리가 바로 승낙했다”며 “우리에겐 초청 언급이 없었고, 이 포럼에 한국 세션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다만 “우리 투자 규모가 큰 금액은 아니지만 시작으로서 의미가 있고 이후 제대로 실행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일본 사이 틈새시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많다”며 “러시아인의 소비욕구와 일치하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현섭 교수 ●경남 합천(44)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모스크바국립경영대학교 국제경제학 박사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 점포개발팀장·롯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동방포럼 전략적 활용할 총괄 기획자 절실”-성원용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성원용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에 대해 지난해보다 한국의 입지를 한층 높인 성과가 있었으나 아쉬움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新)북방정책 추진과 EEF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정부가 향후 EEF를 총괄기획할 수 있는 담당자 지정과 차세대 러시아 전문가 양성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성 교수는 14일 인천시 연수구 인천대 연구실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문 대통령의 방러 및 EEF 참석 성과에 대해 “그동안 한·러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이 레토릭에 그쳐 비판 대상이 됐다는 점과 이명박·박근혜정부 시기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은 (한·러 협력의) 판 자체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한·러 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남·북·러 3각 협력론에서 탈피해 우선 한·러 양자 협력을 시작해 실현 가능하고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낼 수 있는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기로 양국 정상이 공감한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성원용 인천대 국제통상학부 교수가 14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차세대 러시아 전문가 양성 등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인천=이재문 기자

한계도 지적했다. 한·러 정상 중심의 논의 구조에서 탈피해 양국 협력을 위한 참여의 틀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이번 EEF에서 정상회담 외에 관광, 에너지, 인프라 등 수많은 분야별 세션이 열리고 러시아 최고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분출했다”며 “그런데 우리 대표단은 정상 행사에만 집중하고 이런 알짜 세션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한국의 전문가, 기업, 관료들을 그러한 세션에 조를 짜서 투입해 러시아의 정서를 읽고, 향후 목표와 방향을 캐치하고, 우리의 입장을 적극 개진한 후 그에 대한 반응을 수집해 종합한 뒤 다음 단계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음에 참여한다면 정상 행사 외에도 EEF 자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총괄 지휘자를 지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장기적인 신북방정책 추진을 위한 과제로 러시아 전문가 양성에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학술연구기관과 고등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러시아 전문가 양성을 너무 시장에 맡겨놓고 있다”며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러시아 전문가를 양성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원용 교수 ●인천(52) ●연세대 전기공학과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경제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러시아분과 자원에너지안보분과 위원 ●한국비교경제학회장


◆“북핵·미사일, 한·러 관계에도 위협 설득을”-주러 대사 역임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주(駐)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장밋빛 전망에서 탈피해 러시아를 상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우리의 사활적 위협임을 설득하는 동시에 한국이 미·러 관계의 종속변수가 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러 성과에 대해 “과거 정부들은 거대 담론을 국민에게 강하게 인식시켜 놓고는 실제 실현되지 않는 일이 많았고, 러시아 측에서도 그런 접근에 대한 불신이 누적됐다”며 “이번 방문에서는 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모습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러 관계가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갖는 비교우위 중 하나가 바로 비자 면제”라며 “관광 증진 등 인적교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가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한·러 관계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그는 한·러 관계에 대해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연루된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일정한 지분이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동북아의 구조적 한계와 양국의 편견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내에는 한반도 문제를 미·러 대결의 틀 속에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한국에 대한 편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대립적인 러시아의 관점이 한·러 협력이나 북핵 문제에 투영되면 정상적인 한·러 관계 발전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북핵 문제가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을 위해 과장된 게 아니라 한국에는 사활적 사안임을 적극 설득해 러시아가 이 문제를 경시하지 않아야 실질적인 양국 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다.

위 교수는 “미·러 관계가 그대로 있더라도(호전되지 않더라도) 북핵 문제는 6차 핵실험까지 진행된 이상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조치가 필요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는 미·러 대립관계에서 분리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발상을 조금만 바꿔주면 (북핵 문제) 상황 타개에도 좋고 한·러 협력도 증진될 환경이 조성된다”며 “그래야 남·북·러 3각 협력을 향해 나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위성락 교수 ●전북 전주(63) ●서울대 외교학과 ●외시 13회 ●외무부 동구과장·북미국장 ●주미공사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수석대표) ●주러시아 대사


◆“색안경 벗고 러시아 직시… 국익 추구해야”-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교수는 국익과 주체적 외교 정책의 추진을 위해 러시아를 재인식할 것과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 내에 러시아 전문가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1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만나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우리는 러시아를 우리의 눈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한·미 동맹이라는 위계적 질서와 중국이라는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한·미 동맹 구조와 북핵 문제라는 제약 조건 속에서도 한·러 양자 협력을 강제하는 지정학적, 지경학(地經學)적 압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국제정치적으로 동북아에서 미·중 대결로 촉발되는 긴장을 완화하는 측면과 함께 경제적으로는 블루오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그러면서 “국내 정치구조나 여론 탓에 러시아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며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프레임을 깨고 적극적인 우리식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교수가 1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익적 관점에서 러시아를 재인식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제3차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에 대해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 대통령들과 문 대통령의 다른 점은 남·북·러 3각 경제협력도 준비하면서 한·러 양자 경제협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투트랙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러 관계는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양국 협력을 조율하기 위해 청와대 내에서 러시아 전문가 발탁을 주문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청와대에 러시아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라며 “러시아 전문가가 없다 보니 우리 외교에서 러시아를 늘 종속변수로 둬왔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양국 사이 협력할 많은 어젠다를 발굴했음에도, 실행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한·미 동맹 구조하에서 러시아와의 경협 강화와 전략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주변국을 설득하는) 외교력과 국내 의견 조율능력이 발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지역연구 강화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극동 러시아지역 중 하나인 연해주를 예로 들며 “정확한 번역은 연해변강(沿海邊疆)이 맞는데 잘못 알려진 뒤 굳어진 사례”라며 “러시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는 지금도 많이 왜곡돼 있고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며 아쉬워했다.

홍완석 교수 ●광주(57) ●한국외국어대 노어과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 정치학 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장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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