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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투데이] 장애인시설 생기면 땅값 떨어진다?…설 곳 없는 특수학교

입력 : 2017-09-14 18:37:39 수정 : 2017-09-14 23: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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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인천·강원 동해 등/설립 추진 19곳 중 9곳 ‘차질’/주민 반발에 수년째 부지 물색/개교 일정 미루기도 부지기수/교육당국은 “5년간 18곳 신설”/갈등 잠재울 대책마련 급선무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설립 예정인 가칭 서진학교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특수학교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까지 꿇으며 호소한 일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자 교육당국이 특수학교 추가 신설 계획을 밝혔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을 해결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교육부가 지난해 말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특수학교 설립 추진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개교를 목표로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 중인 곳은 총 19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 강서구와 중랑구, 경기 용인시와 의왕시, 인천, 강원 동해시, 광주, 대구, 경남 창원시 등 9곳의 특수학교 설립에 차질이 생겼다.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설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장애학생 학부모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해당부지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남정탁 기자
최근 이목이 집중된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가 모두 마무리되고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위)에서 설립 예산안까지 통과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 당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이 옛 공진초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지역주민들의 특수학교 설립 반대 운동에 불이 붙었다. 김 의원과 서울시교육청은 이 문제로 연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가칭 동진학교는 아직 설립 예정지조차 찾지 못해 부지를 물색하는 중이다. 경기 용인시에 설립 예정인 특수학교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수지구에서 처인구로 부지를 옮겼다. 경기 의왕시의 특수학교도 같은 이유로 개교 일정을 2019년에서 2020년 이후로 미뤘다.

강원 동해시에 설립 예정인 동해특수학교의 경우 2015년부터 올해까지 주민설명회만 5차례 열었지만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특수학교도 아직까지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남 창원시의 진해특수학교는 예산이 많이 들지 않아 중투위를 거치지 않고 리모델링만 하는 수준으로 계획 중이지만 마찬가지로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에 가로막혀 있다.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설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장애인 학부모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해당 학교 운동장에 잡초들이 자라 있다.
남정탁 기자
인천시교육청이 2019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가칭 서희학교는 대상 부지인 검단택지개발지구의 일부가 검단스마트시티사업에 포함되면서 특수학교 주변 시설 조성이 어려워져 추진 일정이 불투명하다. 대구의 특수학교도 교육부 중투위에서 2018년 개교를 목표로 승인받았지만 부지 매입 문제로 개교를 1년 연기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특수학교 설립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지난 13일 “특수학교 설립은 장애학생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향후 5년간 특수학교 18곳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인 한국우진학교를 방문해 학부모 단체 대표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지역주민 반발을 잠재울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특수학교 같은 장애인시설이 생기면 땅값이 떨어진다는 일종의 근거 없는 편견으로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설립 계획을 새로 내놓기보다는 이런 편견이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하고, 동시에 장애인에게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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