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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흠씬 내린 뒤 길섶의 후미진 곳을 보면 각양각색의 버섯이 올망졸망 수두룩하게 난다. 요즘도 산책길 가 여기저기엔 늦은 버섯이 솟는다. 발을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 눈여겨 들여다보면 예쁜 맵시에 놀랄 따름이다. 정녕 ‘숲의 요정’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두엄의 버섯 같다’라는 말은 생겨난 지 얼마 안 돼 소리 소문 없이 이내 시들어 버리는 모양을 일컫는다. 한날한시에 떼지어 올라왔다가 어느새 홀연히 시들고 만다. 모름지기 버섯은 오래 머물지 않고 한나절 살다가 어이없이 사라져 버리기에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게 보이는 것이리라.

버섯은 해마다 났던 자리에 난다. 버섯의 갓(모자)을 보면 연기처럼 희뿌옇게 공중에 흩날리는 것이 있으니 이는 홀씨(포자)다. 버섯홀씨는 어둡고 눅눅한 곳에서 싹을 틔워 가느다란 팡이실(균사)을 뻗는데 이들 균사가 일정한 모양으로 덩어리를 지우니 그게 버섯(자실체)이다.

버섯의 생김새는 다종다양하지만 보통은 위에 둥그런 갓이 있고, 그 아래에 자루, 자루 아래에 대주머니가 있으며, 여물어 펴진 갓 밑에는 부챗살 닮은 짜개진 주름이 줄줄이 있고 그곳에 홀씨가 듬뿍 들었다.

우리가 먹는 버섯은 식물이 아닌 균류로, 곰팡이나 효모와 같은 무리다. 버섯에는 아미노산, 비타민B· D, 무기염류,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그리고 ‘산이 준 선물’이라 부르는 능이·표고·송이 등 식용버섯 말고도 약으로 쓰이는 영지·상황·동충하초가 있고, 옛날 궁중에서 사약으로 쓴 화경버섯은 독버섯이다. 서양에서는 떡갈나무 숲의 땅속에 생기는 트러플(truffle)이라 부르는 서양송로(松露)를 으뜸으로 친다.

무엇보다 버섯은 세균과 더불어 생태계에서 분해자의 몫을 톡톡이 한다. 배설물이나 주검(사체) 따위를 썩히는 것은 세균이고, 고사한 나무둥치와 삭정이를 삭이는 것은 버섯이 도맡아 한다. 하여 버섯을 ‘숲의 청소부’라 일컫는다. 행여 지구상에 세균과 버섯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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