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이제 문재인 대통령과 박 후보자 본인에게 넘어갔다. 국회가 부적격 평가를 내렸더라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의 눈으로 봐도 ‘박 후보자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이미 결론이 난 상태다. 여당까지 반대한 박 후보자는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순리다. 지명 철회 시 인사 실패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그런 부담을 지는 것이 싫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가뜩이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의 부결로 후폭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서 역대 정권을 다 통틀어 가장 균형인사, 또 탕평인사, 그리고 통합적인 인사”라고 자평했다. 현실은 정반대다. 노무현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조차 “어떤 국민이 인사를 그렇게 인정하나”라며 “벌써부터 상당히 오만한 끼가 보인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새 정부 들어 김 전 헌재소장 후보자를 포함해 6명이 낙마한 것이 인사의 난맥상을 웅변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정치적 편향성 논란으로 임명동의안 가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생각에 집착하면 균형인사, 탕평인사를 할 수 없다. 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났는데도 조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파행이 이어지는 것은 검증 실패와 편향 인사 때문이다.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부실 검증을 반복하는 조현옥 인사수석·조국 민정수석의 인사라인을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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