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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Copyright)은 말 그대로 복제(Copy)하는 권리(Right)다. 저작권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건 18세기 초반의 영국 앤 여왕 시절. 당시 예술가나 문필가의 작품을 출판하려면 군주로부터 출판특권을 받아야 했다. 출판특권업자들은 군주와 정치적 후원 관계에 있다 보니 주로 잉글랜드, 그것도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출판특권이 없는 스코틀랜드 업자들이 해적판을 마구 시장에 내놓으면서 단속 요구의 목소리가 높았다. 1710년 최초의 저작권법이 만들어진 계기다.

우리 저작권법은 법적 보호를 받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유치원생의 그림도 저작물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들어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다면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밖으로 ‘표현’하지 않아서다. 표현이 이뤄졌더라도 남의 것을 베꼈거나 누가 하더라도 같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보호받지 못한다. 저작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창작활동이 아니라서 그렇다.

원숭이가 찍은 ‘셀카’ 사진은 어떨까? 2011년 영국의 한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다가 검정짧은꼬리원숭이 ‘나루토’한테 카메라를 빼앗겼다. 나루토가 셔터를 마구 누르는 바람에 수백장의 셀카 사진이 찍혔다. 일부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작가가 이 작품으로 수익을 내자 2015년 동물애호단체가 나루토를 대신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저작권법을 인간 외에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기각했다.

최근 양측이 향후 발생할 수익의 25%를 원숭이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쓰는 조건으로 항소심 중단에 합의했다고 한다. 양측은 동물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을 파기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하지만 저작물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전제로 하는 이상 나루토가 저작권을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인간 앞에 보다 복잡한 고민이 놓여 있다. 인공지능(AI)에 의한 창작 문제다. 워낙 사례가 다양하다 보니 AI의 저작권을 판별해 줄 AI가 별도로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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