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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문재인·김이수, 11년 전 노무현·전효숙과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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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2 14:52:55 수정 : 2017-09-12 14: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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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정치 선배이자 ‘영원한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11년 전에 처한 것과 똑같은 상황에 놓였다. 진보성향의 두 대통령이 나란히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통해 사법개혁을 추진하려다 야권 반대로 좌초하고 만 점이 공통적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이 지명한 헌재소장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절차의 관문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사례는 이번 김이수 재판관이 3번째다. 앞서 2006년에는 전효숙 후보자가, 2013년에는 이동흡 후보자가 각각 임명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이 후보자의 경우 특수활동비의 불투명한 집행 등 도덕성이 문제가 된 반면 전 후보자는 ‘코드’ 논란이 단초가 된 점에서 이번 김 재판관의 낙마와 비슷하다.

2006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왼쪽)와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둘 다 야권이 제기한 ‘코드’ 논란에 휘말린 끝에 낙마했다.
2006년 8월16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윤영철 3대 헌재소장 임기만료를 앞두고 전효숙 재판관을 4대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전 재판관은 재판관으로 이미 3년가량 재직해 그대로 헌재소장이 되면 소장 임기가 3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재판관을 아예 사퇴하고 헌재소장으로 새로 임명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6년 임기를 보장해주려 했는데 이것이 그만 패착이 되고 말았다.

당장 야당인 옛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헌재소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 헌법 111조 4항을 근거로 “재판관에서 스스로 물러난 전 후보자는 소장 자격이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2006년 9월6일 열린 전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같은 위헌 논란 속에 시작 5시간 만에 중단되는 파행을 빚었다.

청와대가 전 후보자를 ‘재판관 겸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내용의 새로운 임명동의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졌다. 전 후보자가 노 대통령과 같은 사법연수원 7기 동기생이란 점, 2004년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을 8대1로 위헌 결정할 당시 홀로 합헌 의견을 낸 점 등을 들어 ‘코드’ 인사라고 몰아붙였다. 중립적이어야 할 헌재가 대통령과 ‘코드’를 함께하는 소장에 의해 휘둘려선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헌정사상 첫 여성 헌재소장 발탁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하려 한 노무현정부의 의도는 완전히 어긋나고 말았다. 청문회 후 2개월이 훨씬 지나도록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자 노 대통령은 결국 2006년 11월27일 전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오른쪽에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을 본떠 만든 조형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번에 낙마한 김 재판관은 문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옛 민주통합당 추천으로 2012년 ‘국회 몫’ 재판관에 임명됐다. 헌재가 8대1로 위헌·해산 결정을 내린 옛 통합진보당 사건에서 홀로 반대의견을 냈다. 또 재판관으로 재직하는 도중 헌재소장 후보자에 발탁됐다. △대통령과의 ‘코드’ 공유 △8대1 사건에서의 소수의견 △재판관→헌재소장 승진 추진 등 여러 측면에서 전 후보자와 아주 비슷하다.

11년전 노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헌재소장 후보자가 낙마하자 이강국 전 대법관을 새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 전 대법관은 보수성향의 인사로 야당도 무난히 동의할 만한 인물이었다. 이렇게 헌재는 제4대 이강국 소장 체제를 맞았다.

이날 청와대는 새 헌재소장 인선과 관련해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상상해볼 수 있다. 지금의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소장 인선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법조계에선 ‘코드’보다는 국회 임명동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적임자를 물색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는 전직 재판관·대법관 중에서 찾으면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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