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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준 기자의 엑스트라 이닝] 좁은 문 통과했어도 지명 순번, 성공 열쇠 아니다

입력 : 2017-09-11 20:47:03 수정 : 2017-09-11 20: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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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 총 964명 지원 100명 선발 그쳐 / ‘최대어’ 강백호 1순위로 kt에 / 1R 10명 중 9명 투수 강세 계속 / 상위 지명 1군 진입 기회 많지만 / 서용빈·양의지 등 후순위에도 빛나는 활약… 역전의 주인공 많아 단국대학교 졸업을 앞둔 무명의 내야수 서용빈은 199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선수 42명 가운데 41번째로 LG의 선택을 받았다. 당연히 그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서용빈은 곧바로 주전을 꿰차더니 신인 최초 사이클링히트를 비롯해 157안타로 신인 한 시즌 최다 안타기록을 쓰며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가져가는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 2차 지명된 선수들이 향후 이어질 선수 생활 동안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도 박찬호와 배터리 호흡을 맞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공격형 포수 마이크 피아자는 1988년 62라운드, 전체 1390순위로 LA 다저스에 지명됐지만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 중 지명순번이 가장 뒤쪽인 선수다. 

2018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가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고교 졸업예장자 754명과 대학졸업반 207명, 그리고 해외파 3명 등 총 964명이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선발된 인원은 100명에 불과하다. 취업률 10.37%의 좁은 문이다. 예상대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는 투수와 타자로 모두 활용할 수 있어 최대어로 꼽힌 강백호(서울고)를 호명했다. 1라운드 8순위로 지명된 김선기(상무)의 경우 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2015년 방출된 뒤 군복무 중에 지명받았다. 1라운드 지명 10명 중 9명이 투수일 만큼 각 구단이 마운드 강화에 주력했다. 
이 좁은 문을 통과했다고 밝은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신인드래프트는 이미 1차지명을 통해 10개 구단이 연고지 우수선수 1명씩을 선발한 다음 실시되는 2차 전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위순번이 아니고서는 1군 진입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스포츠의 묘미는 역전에 있다. 입학성적이 반드시 졸업성적과 같다는 보장이 없듯 드래프트 지명순번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만능열쇠는 아니기 때문이다. 서용빈처럼 드래프트에서 주목받지 못한 역전의 주인공들은 근래에도 적지 않다. 두산 오재원은 9라운드 72순위, 양의지는 8라운드 59순위 지명자였다. 지난해 신인왕 투수 신재영(넥센)도 2012년 NC에 8라운드 69순위에 지명됐다. 특히 2015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102순위로 이름이 불렸던 김호령(KIA)은 2016년 규정 타석을 채운 유일한 세 자릿수 이후 지명 선수다. 메이저리거가 된 김현수(필라델피아)의 경우 아예 지명조차 받지 못해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신분으로 간신히 두산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올해 마지막 100번째 지명자는 강릉고 내야수 권민석이다. 조마조마하며 마음을 졸였을 그가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른다. 상위 순번 지명자들보다 주목도 못 받고 기회도 덜 주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이를 극복하는 저력이 있다면 오히려 롱런할 수 있기에 그의 도전을 응원해 본다. 또한 마지막까지 선택받지 못한 채 돌아서는 이들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육성선수로서 도전할 수도 있고 고교졸업생의 경우 대학진학 후 다시 한번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도전이 멈추지 않는 한 ‘인생역전’ 신화는 계속 새롭게 쓰일 것이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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