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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
원은희
지난 사랑은 오래된 음반과 같아
그 사람 서성이던 자리, 자리마다
깊은 발자국들/ 흠집들

바늘이 튈 때마다/ 탁, 탁, 장작 타는 소리 들려오고

일제히 떠오르는 무수한 불티들, 급히
손으로 눌러 끈 자리/ 그 밤하늘 자리에

지문 같은 별들,/ 소용돌이치는 밤

가만히 그 손을 입술에 대보는/ 별이 빛나는 밤

당신의 별에게 편지를 씁니다.

우리의 사랑은 음반같이 캄캄했지요.

보이지 않는 사랑 앞에서 당신이 서성거릴 때마다 나의 마음자리는 움푹 움푹 패었어요.

많은 음들을 간직한 우리들의 음반.

바늘이 온몸을 찌르면서 깊은 흠집을 남기곤 했지만, 상처도 힘이 되는지 우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격정을 불태우기도 했어요.

탁, 탁, 장작 타는 소리 들려오고, 일제히 떠오르는 무수한 불티들.

소용돌이치는 밤이 지나고 푸른 추억 지나간 자리에 지문 같은 별들이 조용히 발뒤꿈치를 들고 가네요.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당신도 저 별을 보고 있겠지요?

우리는 따로 못 박혀 오래도록.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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