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은 개념의 ‘독서의 계절’이 통용되기 시작한 지는 불과 얼마 전이다. 일제 때인 1922년 9월 발행된 ‘개벽’ 27호에서 천도교 사상가 이돈화가 ‘진리의 체험’이란 논설에서 “초가을 서늘한 기운이 마을의 들과 언덕에 들어왔으니 힘써 등불을 가까이할 만한 시대가 왔다. 학교는 개학을 시작하고 공부하는 이는 책을 펴야 할 시간이 왔다”며 독서를 권했다.
독서의 달은 1994년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과 시행령에 따라 이때부터 9월을 독서의 달로 정해 책읽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무언가 날을 정해 강조하는 걸 보면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우리 국민은 가을에 책을 가장 적게 읽는다고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해 전국 공공도서관 대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대출량이 적은 달은 9월, 11월, 10월 순이었다. 대출량이 많은 달은 1월과 8월이었다. 서점가 도서 판매량도 독서의 계절에 뚝 떨어진다고 한다. 독서의 계절이 책을 많이 읽어서 생긴 게 아니라 책을 읽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셈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얼마 전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강연에서 “책은 제대로 싸우는 기술을 가르친다”고 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독서”라고도 했다. 책 마니아들은 흔히 책이 없는 삶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나 이런 책읽기 예찬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요즘 많은 이들은 휴대전화 없는 순간은 상상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언제부터인가 책 읽는 모습은 사라지고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지하철 풍속도가 그래서 안타깝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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