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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반응능력 저하… 위험한 ‘고령운전’

입력 : 2017-09-07 20:00:35 수정 : 2017-09-07 20: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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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통사고 2만4429건 유발 / 전체 11%나 차지… 매년 급증 / 다른 연령대 감소세와 대조이뤄 / 최근 고령자 노린 범죄도 늘어 / 인프라 개선·확충 등 대책 시급
#1. 지난 7월13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도로에서 손모(75)씨가 몰던 승용차가 버스를 들이받은 뒤 정류장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1명이 숨졌고, 4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2. 같은달 서울 송파경찰서는 한 대형병원 주차관리원 추모(44)씨를 붙잡았다. 추씨의 범행대상은 60∼70대 이상의 고령운전자들. 병원 입구 쪽 택시승강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에 고의로 부딪히는 수법으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220여만원을 뜯어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능력이 떨어져 속이기 쉬운 고령운전자들만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의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우리나라 도로 위의 풍경이다. 노화에 따른 신체능력의 저하는 운전 중의 돌발상황 혹은 운전미숙으로 이어져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어서다. 운전이 서툰 고령운전자를 노린 범죄도 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접어들어 고령운전자의 교통안전을 위한 대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연령대별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전체 사고 중 차지하는 비율이 2014년 9.07%에서 2016년 11.06%로 증가했다.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6년 2만4429건으로 늘어나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수치가 감소한 다른 연령대와 대비됐다. 


인적 피해도 증가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14년 763명에서 2016년 759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부상자는 2만9420명에서 3만5687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교통사고 부상자가 같은 기간 33만7497명에서 33만1720명으로 5777명으로 줄어든 것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반면 고령운전자들은 자신들을 도로 위의 ‘시한폭탄’처럼 몰아가는 시각에 억울함을 토로한다. 운전 경력 34년차 택시기사 김모(60)씨는 “건강한 운전자들도 많고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안전운전에 더욱 신경쓴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고령운전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게 현실이고, 그것이 인지·운동능력의 저하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2016년 3119만명의 운전면허 소지자 중 60대 이상은 461만명(14.8%)으로 2014년 372만명보다 89만명이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4월 75세 이상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면허를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에 6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5년에 한 번씩 갱신하도록 한 제도가 고령운전자의 운전능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대책이 더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재성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령운전자의 시계 향상을 위해 교통표지판 글자크기 확대나 야간사고 다발지점에 가로등 설치 등 교통인프라의 개선 및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도로교통공단의 한 관계자는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일본처럼 면허 자진반납에 대한 반대급부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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