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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뜸해진 '오존층 파괴' 소식… 걱정 끝내도 될까

입력 : 2017-09-06 21:30:08 수정 : 2017-09-06 21: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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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의정서 채택 30년 / 1985년 남극 오존홀 발견한 英연구팀 연구원 조너선 섕클린 BAS 前 단장 이메일 인터뷰 / “오존홀 국제협약으로 성공적 대처… 안심하긴 아직 일러”
2000년 관측된 남극 지방의 파괴된 오존층과 2015년 10월에 촬영한 남극 오존 구멍.
자료사진
언제부턴가 ‘오존층 파괴’ 소식이 뜸해졌다. 착각일까 싶어 구글 트렌드 분석을 해봤더니 최근 오존층 파괴(ozone depletion)에 대한 관심도는 2004년의 15%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1985년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남극에서 커다란 오존 손실이 발견됐다’는 영국 과학진의 논문이 발표된 지 불과 2년 만에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몬트리올의정서)이 채택됐고, 그 결과 현재 오존층 파괴물질(ODS) 배출량은 눈에 띄게 감축됐다. 몬트리올의정서를 ‘가장 환경적인 국제환경협약’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럼 이제 오존층 파괴 문제는 마침표를 찍어도 되는 것일까. 지구온난화와는 관련이 없을까.
오는 16일은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이자 몬트리올의정서가 채택된 지 정확히 30년 되는 날이다. 세계에 남극 오존홀의 존재를 알린 영국 연구팀 3인방 가운데 현재까지 학계에서 몸담고 있는 조너선 섕클린(64) 영국남극연구소(BAS) 전 기상·오존감시단장(현재 BAS 명예연구원)을 이메일로 만났다.

-연구팀에서 막내였는데, 팀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가.

“(1970년대 중반) BAS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고 기상학에 흥미가 있는 물리학도를 찾고 있었어요. 저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자연과학을, 그중에서도 물리학을 전공했어요. 포트란(컴퓨터언어)을 쓸 줄 알았고, 집에 기상관측기도 설치한 경험이 있었죠.”

조너선 섕클린 전 영국남극연구소(BAS) 단장이 2012년 남극 핼리 6기지에서 오존 관측을 하고 있다.
섕클린 제공
-사실 그 무렵 미항공우주국(NASA)도 위성으로 지구오존층을 감시하고 있었지만, 오존홀을 발견하지 못했다. BAS팀은 어떻게 오존층 파괴를 발견한 건지.

“우리 연구팀은 남극에서 오존을 측정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측장비는 영국 물리학자 겸 기상학자인 조지 돕슨 교수가 보내온 것이에요. 남극 관측은 국제지구물리의 해가 지정된 1957∼1958년부터 이어져 왔는데, 우리가 오존홀을 발견할 때쯤(1980년 전후)에는 관측소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수십년 동안 관측을 해도 오존농도에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 무렵 말씀하신 대로 NASA도 오존 위성관측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NASA의 위성관측과 우리의 지상관측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위성은 광범위한 지역을 살필 수 있지만 측정값에 변동성이 크죠. 반대로 지상관측은 측정지역은 좁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값을 얻을 수 있고요. 그래서 두 자료를 함께 묶어서 이해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NASA와 협업했는데 봄철 오존값이 굉장히 낮은 걸 알게 됐죠. 그래서 NASA에 이 값을 위성으로도 확인해 줄 수 있는지 서신을 보냈는데 다행스럽게도 회신이 없었습니다. 짐작컨대 그들이 쓰는 컴퓨터가 특정값 이하의 관측값은 (오류로 판단해) 자동적으로 버렸는데 그 때문인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봄철 남극 오존홀이 측정 오류가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이라는 걸 발견했고, 조 파먼 박사(네이처 논문 제1저자. 2013년 타계)가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덧붙여 논문으로 내놨죠.”

오존은 산소원자 3개가 붙어 있는 분자를 말하는데 15∼50㎞ 높이의 성층권에 모여 있다. 오존은 공기 분자 100만개당 1개에 불과할 만큼 적은 양이지만 태양에서 쏟아지는 해로운 자외선 대부분을 막아준다.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게 된 건 오존층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오존층이 인간활동에 의해 심각할 만큼 파괴됐다는 사실은 과학계를 비롯한 세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논문 발표 2년 뒤인 1987년 오존층 파괴물질을 줄이자는 몬트리올의정서가 채택됐고, 2년 후 발효됐다. 국제사회는 1990년 런던개정안과 코펜하겐, 빈, 몬트리올, 베이징에 이어 지난해 키갈리 수정안에 이르기까지 협의를 이어가며 파괴물질 단속 수위를 높여나가는 중이다. 

1982년 남극 핼리기지를 처음 찾은 조너선 섕클린 전 영국남극연구소(BAS) 단장이 관측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이때부터 2012년까지 남극을 14차례 방문했다.
1985년 남극 오존홀을 발견한 ‘3인방’인 조 파먼과 브라이언 가드너, 조너선 섕클린(왼쪽부터)이 2004년 영국남극연구소(BAS)에서 오존 관측장비인 돕슨 분광광도계 옆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몬트리올의정서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몇 가지 이유가 있겠죠. 우선은 ‘오존홀’이라는 명칭이 한몫했을 겁니다. ‘홀’(구멍)이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나쁜 것, 메워야 할 것으로 여겨지죠. 문제의 심각성을 잘 드러냈단 뜻입니다. 또 오존홀은 사람들의 공포를 자아내는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 오존층 파괴물질을 대체할 만한 화학물질이 나왔다는 겁니다. 제조사들은 새 대체물질을 팔 수 있어 좋고, 시민들은 (오존층 보호를 위해) 생활방식을 바꾸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던 거죠.”

오존은 대부분 자외선이 강한 열대지방에서 만들어지지만,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택배상자처럼 ‘브루어 돕슨 순환’이라고 하는 거대한 공기 움직임에 실려 극지방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오존 농도는 극지방에서 가장 높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오존홀이 발생하는 곳 역시 극지방, 특히 남극이 심각하다. 이는 남극의 겨울(6∼9월)에 만들어지는 ‘성층권 구름’ 때문이다. 성층권 구름 표면에서는 ‘일산화염소(ClO)’가 만들어지고, 무자비하다 싶을 만큼 오존층을 파괴한다. 염소원자 1개는 최대 수만개의 오존 분자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협약은 이 같은 염소와 그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진 브롬을 제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조너선 섕클린 전 영국남극연구소(BAS) 단장이 2006년 버드아일랜드에 자동기상관측망(AWS)을 설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50년쯤이면 오존홀이 없어질 거라는 연구 결과를 봤다. 동의하시는지.

“회복시점은 2050년보다 더 늦춰질 겁니다. 산업활동으로 늘어난 이산화탄소와의 상호작용, 화산폭발 같은 불확실성이 있거든요. 1991년 일어난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오존층 파괴물질이 크게 늘어났는데, 사실 피나투보 화산은 지난 1만년의 시간에서 보면 소규모였습니다. 피나투보를 능가하는 규모의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오존층뿐 아니라 다른 환경문제도 일으킬 수 있죠.”

-그런데 화산 폭발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오존층 파괴물질을 더 강력히 제재해야 합니다. 규제 대상 물질을 계속 늘려야 하는 것이죠.”

오존층 파괴는 지구온난화와도 관계가 깊다. 흔히 ‘지구온난화=더워진다’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성층권은 더 추워진다. 온실기체가 지표면에 더 많은 열을 내보내는 만큼(지표 온도 상승) 성층권 몫은 줄기 때문이다. 성층권이 추워지면 앞서 말한 성층권 구름이 더 잘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오존층 파괴도 촉진될 수 있다. 오존층을 보호하자고 한 일이 온난화를 부르기도 한다. 일례로, HFC-23이라고 하는 대체물질은 오존층은 파괴하지 않는 대신 이산화탄소보다 1만3000배나 강력하게 온난화를 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섕클린은 섣불리 ‘오존층 파괴는 끝났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존층 발견자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교훈이 있다면.

“오존홀 발견은 지구 대기가 단기간에 얼마나 극적으로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남극) 오존층이 50% 파괴되기까지 10년 남짓밖에 안 걸렸으니까요. 공기에 무언가를 배출할 때는 그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난 아직도 우리 인류가 이런 교훈을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어릴 적 아마추어 천문학자로 혜성 6개를 발견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지역 야생동물보호협회에 일주일에 두 번씩 자원봉사를 나간다. 식물종 기록가이기도 하다. 일상에서도 지구와 우주에 대한 고민과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는 그는 이렇게 당부했다.

“환경문제의 기본은 ‘사전예방 원칙’입니다. 오염물질 배출은 공기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문제점을 깨닫고 행동할 수 있도록 모두가 더 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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