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B61-12 스마트 전술 소형 핵폭탄. |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날(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급한 전술핵 재배치 검토 발언과 관련해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심대한 핵·미사일 위협 상황에서 군사적 차원의 모든 가용 옵션을 검토해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일관된 정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모든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듣기에 따라 일관된 입장과 다양한 옵션 검토는 다소 상충하는 대목이다.
송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유일한 카드가 전술핵 배치가 아닌가’라는 의원 질문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데 더 깊이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전술핵 재배치라는 대안을 깊이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맞느냐’는 확인성 질의에도 “모든 상황까지 포함해서, 그것(전술핵 재배치)까지 포함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차담회를 갖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송 장관 외 다른 군 수뇌부도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다각도의 대응 방안 마련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의 전술핵 배치 검토로 단정지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현 상황을 고려해 논의를 해볼 필요는 있다”며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흔들리면서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긴급 당정청 회의 모두발언 하는 李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줄 앞에서 두번째)가 5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긴급 안보 당정청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뒤집는 것인 만큼 실제 추진까지는 어려움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커 자칫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외교부 등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의 비핵화를 더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적이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비핵화) 노선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고 전 세계 비핵화 취지를 존중한다. 그 법 내에서 모든 것을 유지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강 장관은 한반도 핵무장 필요성에 대해서도 “북핵의 완전한 폐기, 한반도 비핵화 이것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며 “비핵화는 미국과도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이 동해안에서 실시한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에서 사거리 300km의 현무-2가 발사되고 있다. |
전술핵무기는 보통 위력이 0.1~수백㏏(1㏏은 TNT 폭약 1000t의 위력에 해당)인 핵무기를 말한다. 전투기·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은 물론 각종 포에서 발사되는 포탄, 미사일 탄두, 병사가 메고 운반할 수 있는 핵 배낭, 핵 지뢰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6·25전쟁 이후 1958년부터 배치된 주한미군 전술핵은 1967년쯤 950기로 정점을 기록한 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전술핵무기 철수선언으로 1991년 말 마지막 100여기가 철수됐다.
만약 재배치가 이뤄진다면 B61 전술핵폭탄의 배치 가능성이 크다. 최신형인 B61-12는 방사능 낙진이 적고 지하 100m 이하의 견고한 벙커도 파괴할 수 있어 북한의 지하시설 타격에 효과적이다. 2016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투하용 핵폭탄인 B61만 500발 정도가 있고, 이 가운데 150발이 유럽에 배치돼 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