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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말고 포용을”

입력 : 2017-09-05 21:05:17 수정 : 2017-09-05 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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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들 소통·화합의 순례길 / 2007년부터 국내외 종교문화 유적지 방문 / 2017년에는 이탈리아 로마에 가 교황 알현 / 프란치스코 “종교간 존중하는 자세 중요 / 한반도 위기 걱정… 평화위해 기도하겠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림으로 규정하지 말고 포용합시다. 이웃 종교의 신앙과 교리를 저마다 소중하게 여기면서 서로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7대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대표회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달 31일부터 4박5일간 이탈리아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순례단에는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도교 이정희 교령,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등 4대 종교 수장과 개신교의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민족종교협의회 대표 등 22명이 참가했다.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 나선 각 종단 지도자들은 2007년부터 캄보디아, 중국, 러시아, 터키, 스페인 등 국내외 종교문화 유적지를 방문해 왔다. 올해는 가톨릭의 중심 로마를 선택해 순례에 나섰다. 종교지도자들은 순례 둘째날인 지난 2일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현재 가톨릭 개혁에 주력하고 있는 교황은 늘 그렇듯이 소탈한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온 종교지도자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종교지도자들은 증오에 찬 말과 반대되는 몸짓으로 평화의 화법을 선포하도록 부름 받았다”며 “종교 간 대화가 결실을 거두려면 늘 개방적이면서도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순례단을 이끄는 김희중 대주교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에 교황은 “응당 그렇게 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안부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바티칸 사도궁을 방문한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 의장이자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와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도교 이정희 교령,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제공
교황과의 만남에서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은 교황에게 심월상조(心月相照·마음달이 서로 비춘다는 뜻)라고 쓴 합죽선을 건넸다. 그는 “모든 근원은 하나라는 뜻이다. 교황이 말씀하신 신 앞에서 우리는 모두 형제라는 말과 상통한다”며 “힘과 힘이 충돌하는 오늘날 새겨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천도교 이정희 교령은 “궁극적으로 종교라는 옷을 벗고 인간을 위한 가치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서로 벽을 쌓지 말라고 가르쳐야 할 종교가 정작 종교끼리 대립해서야 되겠느냐”고 화답했다.

김영근 성균관장은 “우리 민족은 밑바닥에 예(禮)가 깔렸기 때문에 모든 종교를 존중하는 민족성이 있다”며 “교황께서는 유교의 덕성(悳性)을 갖춘 분이라는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해 “이번 핵실험은 북측이 미국과 대등하게 대화하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시한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특사도 파견해야 한다”며 “핵 포기 선언을 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일단 서로 만나서 공감대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차관인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주교는 순례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 긴박한 협박의 상황에 있다. 교황청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평화를 위한 중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교황께서도 개인적으로 굉장한 걱정과 염려를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한은숙 교정원장은 “창을 다듬으면 이를 막을 방패가 개발되고, 방패를 다듬으면 이를 뚫을 창이 개발되는 게 전쟁의 속성”이라며 “북한과 민족의 동질감을 회복해 평화롭게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정희 교령은 “정권은 유한하지만 우리 민족은 영원하다. 정치적으로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더라도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자”고 주문했고, 김영근 성균관장은 “종교계가 나서서 대화의 물꼬를 트자”고 말했다.

순례길에서 종교지도자들은 거듭 대화를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다양한 악기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음악이 탄생하지 않느냐.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건 올바른 관계맺음이 아니다”고 말했다.

로마=공동취재단,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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