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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풀내음 가득한 야생화 마을… 힐링의 꽃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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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3 10:00:00 수정 : 2017-09-02 11: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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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다봉마을 풀꽃아지매 김말순씨 “야생화 가꾸기는 오로지 손으로 땀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죠.”

김말순(64·여)씨는 동해안의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경북 경주시 산내면 감산2리 장사마을에서 야생화를 키우며 주민과 함께 테마마을(휴양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1일 “야생화는 키우기가 너무 힘들지만 활짝 핀 꽃을 보면 어둠이 와도 방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40여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직한 남편 김인영(69)씨와 함께 11년 전 대구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한 뒤 해마다 ‘야생화 한마당잔치’를 하며 도시민을 불러 모은다.

그는 남편이 퇴직하기 전 3년 동안 귀농을 위해 주말마다 경북 도내 곳곳을 찾아다니다 4월의 배꽃이 너무도 아름답게 핀 이곳이 맘에 들어 정착했다.

행정구역상 산내면 감산2리는 방터와 회곡, 소목, 장사마을 등 4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졌다. 테마마을을 조성하며 이름 지은 것이 ‘다봉마을’이다. 이 마을은 해발 470m에 있다. 그는 “23개의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마을을 둘러싸 다봉이라 했다”고 설명했다.

김말순씨가 땀 흘리며 정성껏 키운 야생화 옆에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장영태 기자
김씨는 귀농 다음해인 2008년부터 매년 야생화가 가장 아름답게 피는 5월의 중순 열흘 남짓 산골 마을에서 야생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다봉마을 야생화 전시회는 별도의 전시장이 없다. 테마마을 운영위원장인 남편과 다봉마을 ‘풀꽃 아지매’로 불리는 그가 정성껏 길러온 야생화를 자신의 집 마당과 돌담에 전시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만병초와 금낭화, 피뿌리, 쥐방울넝쿨, 개불알꽃 등 평소 보기 어려운 3000여점의 야생화가 발길 닿는 곳마다 피어 있어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세심한 눈길로 바라봐야 한다.

그는 “전시되는 전체 야생화가 700여종에 이르는데, 국내산이 500여종이고 외래종이 200여종”이라며 “올해도 5월3일부터 14일까지 12일 동안 야생화 한마당잔치를 열었는데, 다봉마을을 찾은 도시민이 8000명을 훌쩍 넘겼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귀농 후 해발 450 이상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구입하려고 자비를 들여 일일이 수집에 나섰고, 그 결과 3000여점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는 “야생화 전시회 첫해인 2008년에는 종이에 직접 초청과 알림의 글을 쓰고 현수막 몇 개를 내걸고 떡과 차를 준비했는데, 일주일 동안 열린 전시회에 5000여명의 도시민들이 찾아와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그러나 주민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다봉휴양마을은 적잖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는 “접근성이 어려운 다봉마을의 경우 체험객 유치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지난해 발생한 경주지진으로 체험객 유치는 더욱 힘들다.

그는 올해 4차례나 일본을 방문하는 등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난관 속에서도 다봉휴양마을은 전국에서 농가민박 가운데 서비스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경기도 수원이 농촌진흥청에서 휴양(체험)마을을 운영하려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한다.

김씨는 “우리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주민이 13가구, 22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2가구에 47명으로 늘었다”며 “도시민들이 다봉마을을 찾아 친정이나 외갓집을 다녀가는 것처럼 정을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생화 전시회를 처음 시작할 때 10회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야생화가 꽃을 피우기까지는 심혈을 기울여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년이면 벌써 10회를 맞는다. “지자체의 도움 없이 부부가 해마다 전시회를 열기는 벅차다”는 그는 그래서 내년에 고별전을 하고, 전시회는 더 이상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다.

경주=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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