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이언스프리즘] 트랜스휴머니즘, 넘어야 할 장애 많다

관련이슈 사이언스 프리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8-30 20:49:45 수정 : 2017-08-30 21:07: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술 위험성 대한 경고 필요하고
개발과정서 윤리적 쟁점 담아내
인간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인간 중심의 방향으로 발전해야
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직종이 인공지능(AI)에 의해 수행되고 고도의 인간 기능을 점차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의사·변호사·펀드매니저 등 AI와 결합한 로봇이 기술적으로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술 융합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은 AI, 로봇 기술, 생명공학 등이 중심이 되기에 트랜스휴머니즘 실현을 위한 혁명이라고도 한다. ‘트랜스휴먼’(Trans-human)은 인간과 포스트휴먼(post-human) 사이의 존재로 인간과 비슷하지만 기술에 의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객체를 말하며, 여러 기술을 이용해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넘어 진화하고 있다. 


신동희 중앙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사실 트랜스휴머니즘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1980년대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했고, 2000년대에는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기계가 인간 능력을 넘어서는 시점, 인간과 기계 간 경계가 무너진 점인 특이점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한 예측이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트랜스휴먼 기술은 장애인의 신체활동을 돕는 로봇 수트, 인지기능 강화, 보철 등의 신체이식 기술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기술 사이의 융합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실을 증강한 증강현실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성·감성·감각을 증강한 증강인간도 트랜스휴머니즘의 한 현상으로 볼 수 있고, AI 기반의 가상비서도 트랜스휴먼의 진보 형태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 나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아마존의 ‘알렉사’ 등의 가상비서나 페이스북과 바이두의 ‘M’과 ‘두어(Duer)’도 인간기능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인간과 컴퓨터의 의사소통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켰다. 컴퓨터 프로그램과의 상호 경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과 인지가 인간 안에서부터 벗어나 인간과 모바일을 포함하는 바깥 환경으로 확장된 것이다. 또한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도 로봇이 사용자의 의도를 판단하고 적합한 반응과 행동을 알아서 수행함으로써 인간과의 의사소통을 넘어선 상호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컴퓨터가 단순한 인간의 소통 매개체나 도구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인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와 같은 로봇은 인간과의 정서적 코드를 맞춰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상호작용 기술은 더욱 고도화되는데, 인간의 뇌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 기술, 즉 BCI(Brain Computer Interaction)는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신경계에 직접 칩을 삽입하고 신경 신호를 연결해 신호를 뇌로 전달하면 신경계가 손상된 환자를 치료하거나 장애인에게 로봇 보조 의수를 이식할 수 있다.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에게 BCI를 통해 몸의 기능을 주려는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뇌와 뇌를 뇌파를 통해서 연결하려면 지금의 뇌과학 기술 수준에서는 2단계 과정이 필요하다. 발화자의 뇌파를 처리해 전송하는 과정과 이를 수용자가 받아들였을 때 다시 뇌파 형태로 복원하는 과정이 동시에 필요하다. 뇌의 신경세포(뉴런)가 어떻게 발화하고 어떤 패턴을 가지는지, 어떻게 정서와 연결되는지 알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다.

기술적 난제 이외에도 트랜스휴머니즘에 다른 여러 이슈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종교적 맥락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지위 훼손이 우려되며, 정치·경제적 맥락에서는 경제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 심화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실업의 양산, 인간관계 변질이 나타날 수 있다. 트랜스휴머니즘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경고가 필요하고, 개발과정에서 윤리적·사회적 쟁점을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 무분별한 기술 중심 개발은 지양돼야 하고, 각 기술의 적용에 따른 잠재적 위험과 이에 결부된 부작용도 심각히 고려돼야 한다.

영화 ‘아이언 맨’이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처럼 로봇 슈트를 입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트랜스휴먼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간중심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신동희 중앙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