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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한국도 곧 초고령 사회… 노인빈곤 대응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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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9 21:13:56 수정 : 2017-08-29 21: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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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20 하류노인이 온다’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달합니다. 상상도 못할 심각한 상황이지만 문제라고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빈곤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지 않으면 해결도 늦어지고, 비용 부담도 커집니다.”
일본의 빈곤퇴치 운동가인 후지타 다카노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KT스퀘어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앞으로 닥칠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일본에서 빈곤퇴치 운동을 벌이는 비영리법인 ‘홋토플러스’ 대표인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35)는 2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빈곤에 빠지지 않겠지 하지만 빈곤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와 개인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지타 대표는 일본의 노인빈곤 문제를 다룬 ‘2020 하류노인이 온다’의 저자다. ‘하류노인’이란 후지타 대표가 기초생활보호기준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를 지칭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이 책은 당시 일본 아마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0년대 초반부터 빈곤층 지원 운동을 전개했던 그는 2011년 노인 빈곤층 지원 단체인 홋토플러스를 설립했다. 그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주최로 이날 열리는 ‘유행기(유병장수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술)’ 토크콘서트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빈곤퇴치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후지타 대표는 “사람은 도와주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원 때 만난 한 노숙인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15년 동안 노숙생활을 했던 그 사람은 삶을 포기한 상태였다”며 “겨우 설득해 생활보호를 받게 하고, 병원도 함께 가고, 집도 구할 수 있게 도왔다”며 “지원이 있으면 빈곤에 빠진 사람도 헤어나올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후지타 대표가 특히 노인빈곤 문제에 주목한 것은 이 문제야말로 고령층뿐 아니라 모든 세대와 관계돼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고령화로 은퇴 후 사망까지의 기간이 길어졌는데 연금은 부족하고, 저축은 금세 바닥나는 게 서민층의 현실이다.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갑작스러운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된다. 자녀들이 가난한 부모를 부양하다가 동반 추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후지타 대표는 강조했다. 가난한 노인이 많아져 젊은이들이 미래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면 소비를 줄이고, 더 나아가 결혼, 출산을 꺼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노인빈곤은 어린이 혹은 청년 빈곤만큼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며 “홋토플러스에 1년에 500여명이 생활고로 상담을 하러 오는데 이중 절반 정도가 고령자일 정도”라고 전했다.

후지타 대표는 “예전에는 가족이 고령자를 부양했지만 앞으로 젊은 세대는 부모보다 풍요롭지 않고, 가족 구성원도 줄어든다”며 “가족 부양을 전제로 한 종래의 사회복지 모델은 한계에 달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은 약 10년 뒤면 일본처럼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며 “일본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발생한 뒤에 정책을 펼치면 뒷수습을 하는 데 급급하게 된다.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 자체를 가족이 있든 없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선행투자형 사회보장’을 한국 정부에 주문했다. “예를 들어 보육비나 학비를 지원하면 그 사람이 성장해 사회구성원이 되면 세금을 내게 된다. 고령자도 병이 깊어지기 전에 가벼운 병증을 지원하거나 건강수명을 유지하도록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원은 영원한 숙제다. 복지 확대는 재정 확보가 필수적인데 세금 인상 등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후지타 대표는 “세금 인상은 국민 합의가 필요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국민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개인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저축, 민간보험 가입 등으로 대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빈곤문제 해결은 사람들이 빈곤의 실태를 깨닫는 게 첫걸음”이라며 “사회, 제도는 한꺼번에 극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 좋아지는 방향으로 천천히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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