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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외 독립운동 발자취가 잊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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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5 21:02:51 수정 : 2017-08-25 21: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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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한인 20만 거주한 본거지
강제이주 실상 아직도 안 밝혀져
관계 기관·학계 진상규명 분발을
8월 29일이면 대한제국이 일본에 국권을 완전히 상실한 ‘경술국치(庚戌國恥)’ 107년이 된다. 제국주의 일본은 1905년 5개조의 을사늑약(乙巳勒約)을 강요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뒤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미국·영국 등 열강의 암묵적 승인을 받았다. 이어 1910년 8월 ‘병합’조약 체결을 강요하고, 일부 친일세력까지 여기에 동조해 대한제국은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우리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치욕의 날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날이다. 그럼에도 한국 학계는 이러한 일제 침략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의 침략에 항거한 독립운동사의 연구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주 150년을 넘긴 만주·연해주 한인의 치열한 독립운동 발자취와 생활 흔적이 점차 잊혀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연해주 남부지역은 고구려·발해의 옛 영토로, 1863~1864년 이주가 시작된 이래 1937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기 전까지 거의 20만명의 한인이 거주한 해외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다. 이 지역은 만주와 함께 해외 한인이 집중적으로 거주한 곳이고, 해외 독립운동을 이끈 핵심 요지였다. 안중근 의사가 지역 유지이자 독립운동가인 최재형의 후원을 받아 항일의병전쟁을 벌였으며, 함경도 지방에서 산포수로 이뤄진 의병부대를 이끌고 일본군을 격파해 명성을 떨친 홍범도 의병장이 1909년 망명해 독립군 재기를 도모한 곳이다. 유인석 이범윤 이상설 이동휘 문창범 강우규 등 명망가와 애국지사들이 죽음을 각오한 굳은 의지로 국권을 되찾고자 활동한 독립군 기지이기도 하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장
더불어 1907년 이상설·이준 등 헤이그 특사가 네덜란드로 출발한 곳이자 유인석의 13도의군, 이상설의 성명회, 최재형의 권업회 등이 망국 전후 시기 국권 회복을 도모한 곳이다. 이상설이 1914년 대한광복군 정부를 세우고 1919년 3월 대한국민의회가 조직된 곳이며, 1917년부터 1922년까지 전개된 러시아 사회주의혁명 와중에 한인 의용군 부대가 혁명파에 가담해 대일 무장항쟁을 전개한 곳이다. 특히 동북항일연군 교도려(소련 원동군 88여단) 산하의 한인 대원 80여명이 소련군과 함께 1945년 8월 8일 밤 두만강을 건너 일본 군경과 전투를 벌인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다.

이곳 연해주 지역에 살던 한인들은 1937년 7월 중일전쟁 발발 직후 소련 스탈린 정권의 무모한 소수민족 분리정책에 따라 갑자기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하며 큰 희생과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고초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이 강제이주의 실상과 전모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후 한인들의 생활 근거지이자 독립운동 기지 곳곳은 무인지경이 되고 말았고, 1991년 말 소련 해체 이후 상당수의 한인이 다시 연해주 지역으로 되돌아오고 있지만 관련 유적과 자료는 거의 잊히게 됐다.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단체 등에서 한인 관련 유적과 기념비 등을 세우거나 관리·지원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과거 소련 정부, 특히 스탈린의 폭압적 한인 이주정책과 그 결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제강점기의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과 강제 동원·이주의 실상 규명을 천명했다. 굳이 대통령 경축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과제들은 한국 근·현대사 학계의 오랜 연구과제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 때문에 적극 규명하지 못한 현안적 성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관계 기관과 연구소, 대학 등이 협력해 치밀하면서도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자료 수집과 조사·연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보상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늘날과 같이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현실 상황에서 과거, 나아가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귀중한 교훈을 얻고, 시대적 사명과 과제를 진지하면서도 과감하게 실천·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처한 복합적 위기상황은 근본적으로 타개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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