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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영화 역사왜곡 논란 사회적 담론 통해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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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5 20:30:00 수정 : 2017-08-25 23: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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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영화제 준비위원장 김대현 감독 / 한국 영화시장 양적으로 급성장 / 소비 그쳐 토론문화 형성 안 돼 / 간극 메우는 대안적 영화제 추진 / 위안부도 공론화 전 다큐서 다뤄 / 목소리 내는 작은 영화에 관심을
‘택시운전사’, ‘군함도’, ‘박열’, ‘대립군’, ‘재심’….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대 10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했던 국내외 작품 17편 가운데 명량, 국제시장, 암살, 광해, 변호인, 왕의남자 등 역사와 관련된 영화가 7편이나 된다. 역사영화가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재해석하고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장희빈’과 ‘춘향전’은 시대가 변하면서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계속 리메이크됩니다. ‘26년’은 어떤가요. 역사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단죄하지 못했지만 영화에서는 가능했어요. 이런 것이 장점으로 작용해서 역사에 목말라 있는 관객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크게 투자해서 크게 벌어들일 수 있는 대작 영화를 만들기에 역사영화가 적합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내년에 처음 개최하는 ‘서울역사영화제’의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대현 감독.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영화시장은 성장했지만 영화를 읽고 토론하는 기능을 상실했다”며 “서울역사영화제는 건강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대안적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서울역사영화제 준비위원장인 김대현(52) 영화감독의 분석이다. 김 감독은 내년 8월15일을 전후로 제1회 서울역사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영화제 홍보를 위한 프리페스티벌 ‘8·15 역사영화제’를 열기도 했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한·중·일 영화 상영 후 감독과 평론가, 관객들이 영화와 역사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역사영화제의 성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상영하고 오후 7시부터 두 시간가량 시네토크를 진행했는데, 참가자 100여명 중 한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어요. 예술영화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중반에서 말까지는 영화를 보고 감독과 관객들이 진지하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이번에 오랜만에 그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자리를 좋아하고 원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최근 영화가 소비만 될 뿐 문화예술작품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 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화를 보고 10분 이상 대화를 이어갈 만한 주제를 요즘 영화들이 던져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극장에서 소비되고 끝나는 거죠. 얘깃거리가 있더라도 진지한 나눔의 기회가 많지 않으니 아쉽습니다.”


대형 역사영화들이 주목 받으면서 ‘역사 왜곡’은 피할 수 없는 논란거리가 됐다. ‘국뽕’, ‘친일’ 등 논란 탓에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도 있었다. 김 감독은 이 역시 ‘건강한 토론문화’로 해결할 문제라고 봤다.

“역사영화는 영화입니다.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재해석하고 창조하는 부분은 모두 인정돼야 합니다. 영화는 이야기할 거리를 던져주면 되는 것이고, 간극은 사회적 담론을 통해 메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역사영화제는 ‘영화 시장은 성장했지만 영화를 읽고 토론하는 능력은 퇴화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세계적 수준에 올라선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을 겪고, 전주, 부천 등 영화제들이 규모가 커진 데 비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영화계 ‘아웃사이더’들이 이를 극복하고자 의기투합했다. 우리 사회의 역사교육에 대한 우려도 담았다.

“요즘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국정역사교과서 파동이 있었죠. 영화를 통해 역사를 읽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해 올바른 역사 교육에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기 전 꼭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는 90년대 초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죠. 이런 소재들을 물고 놓지 않는 작은 영화들이 있다는 것에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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