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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페스티벌] 음악축제 가는 길, 웅장한 산호 산맥의 변주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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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5 10:00:00 수정 : 2017-08-24 14: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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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차노 지나 만난 카나체이 산맥
이탈리아 카나체이는 백운암 산맥인 돌로미테를 즐기기에 좋은 출발지이다. 여름에는 이곳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알프스 아래에서 이른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호텔 투숙객들의 담소가 들리던 정원이 궁금해 가벼운 차림으로 정원 산책에 나섰다. 정원이 있는 시내 호텔이 드문데, 아름답고 소박한 정원이 편안함을 더해준다. 화려함보다 세월의 정성이 가득한 정원에 자그마한 야외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다. 아침식사를 위한 레스토랑은 외부와 연결된 창문을 모두 열어 발코니 가득 햇살을 받고 있다. 호텔의 오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고풍스러운 복장의 직원을 따라 아늑함이 가득한 자리에 앉으니 중세 유럽 귀족이 부럽지 않다.

이탈리아 볼차노 호텔 정원은 화려함보다 세월의 정성이 가득한 소박함이 묻어 있다. 자그마한 야외수영장이 편안함을 더해준다.
볼차노에서 베로나까지는 186㎞, 자동차로 2시간30분 정도가 걸리지만 가는 도중 카나체이를 거쳐 갈 예정이다. 볼차노에서 카나체이까지는 50㎞로 1시간 남짓 걸린다. 볼차노에서 서쪽으로 가서 되돌아와야 하지만 거쳐 가는 시간이 3시간 30분 정도이니 괜찮을 듯하다. 카나체이 전망대는 이탈리아의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광물을 함유한 산호로 형성된 백운암 산맥 돌로미테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여름에는 이곳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카나체이 주위에서 운행되는 다양한 케이블카에선 북쪽 셀라 절벽군, 서쪽으로 사소룬고, 남쪽으로는 최고 3343m를 치솟은 백운암 산봉우리 마르몰라다를 바라볼 수 있다.
 
카나체이 전망대는 알프스산맥의 일부인 북부 이탈리아의 돌로미테를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다. 유럽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이곳은 산들이 연출하는 환상의 세계를 즐기기에는 여름이 제격이다. 여름에는 돌로미테 산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백운암 산맥은 이탈리아의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광물을 함유한 산호로 형성된 산맥이다. 아주 먼 옛날 트라이아스기 동안 바다 밑에 있던 산호가 6000만년 전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이 충돌할 때 솟아오르면서 산맥이 되었다고 한다. 빙하로 침식된 알프스산맥 중심부와 다르게 이곳 바위들은 얼음, 태양. 비 등 자연현상으로 침식돼 절벽, 첨탑, 파이프오르간 등 다양한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이 산맥의 동서 능선은 각양각색의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동쪽 능선, 특히 카타나초산맥은 해 질 녘 장밋빛으로 물드는 풍광으로 유명하다.
어느 케이블카를 선택해야 가장 좋은 경관을 즐길 수 있는지 호텔 직원에게 조언을 듣고 ‘스트라데 델레 돌로미테’로 향했다. 이 길은 백운암 산맥의 최고 경관을 자랑하는 루트로 볼차노와 코르티나 담페초를 연결한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은 유명한 스키 리조트들이 모여 있다. 세계 문화유산인 돌로미테는 겨울에 스키를 즐기는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설로 뒤덮인 슬로프가 하루 종일 내려가야 할 만큼 길게 뻗어 있을 뿐 아니라 슬로프를 벗어나 자연의 경사를 따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며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스키를 즐길 수 없는 여름철에는 자연 환경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환상적인 봉우리와 매혹적인 풍경으로 둘러싸인 채 수백킬로미터로 연결된 무수한 슬로프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매우 놀랍고 신기한 광경이다.

전망대 매표소 주위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매표소 주위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오르고 누군가는 걸어 올라가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보니 눈 덮인 높은 산과 깊은 계곡, 넓은 숲들이 어우러져 웅장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그 사이로 각자의 방법으로 돌로미테를 맞이하는 트레커들이 보인다. 나도 트레커들 틈에서 두 발로 걸어 돌로미테를 경험하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은 하늘 길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정상에서의 가벼운 산책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긴 호흡으로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산봉우리들은 좌우가 아닌 360도 전 방향에서 파노라마로 다가온다. 내려가는 케이블카의 마지막 시간을 확인하고 주변을 짧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위와 수풀이 어우러진 다양한 숲과 목초지에는 야생의 풍성함이 있다. 이름 모를 작고 아름다운 고산 식물들이 놀라운 생명력으로 반기는 듯하다. 사냥이 금지돼 ‘샤무아’라는 산양도 저 멀리 보인다. 묘목을 먹어치우는 식성 때문에 산림관들의 골치를 썩이는 노루도 보인다. 
비를 피하기 위해 들른 카페 옆 테이블의 반려견.
천적인 늑대와 스라소니와 같은 육식 동물의 수가 줄어들어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케이블로 다다른 2950m 봉우리 정상에는 바람이 불고 춥다. 산 아래와는 확연히 다른 날씨다. 한참을 지나 비까지 내리니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산맥 동서 능선의 아름다움인 해 질 녘 장밋빛 풍광을 경험하고 싶었다. 산장에서 휴식하며 석양을 기다리려 했지만 굵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서둘러 하산하는 케이블카로 돌아왔다. 비를 피하기 위해 산 아래 케이블카 매표소 입구 옆 카페에서 따스한 차 한잔을 주문했다. 옆 테이블 커다란 반려견도 비에 젖은 채 빤히 나를 올려다본다. 

이탈리아 베로나의 공연장인 아레나 주변 거리 풍경.
라틴 문화와 게르만 문화의 융합을 상징하는 돌로미테 관문인 볼차노를 거쳐 카나체이에서 돌로미테를 마주했다. 베로나로 가는 길에 마주한 돌로미테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여행목적이 될 듯하다. 다음을 또 기약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다. 오스트리아의 고딕 양식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조화를 결합한 놀라운 예술적 보물, 기념물 및 건축 작품을 지키고 있는 트렌토를 지나쳐 베로나로 향하는 길로 들어섰다.

관람객들이 야외 오페라 공연장인 아레나를 메우기 시작한다.
베로나 지역으로 접어드니 높은 산들이 피오르처럼 좁아지더니 지중해 식물로 둘러쌓여 있는 가르다 호수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풍경으로도 유명하지만 이 호수는 산악자전거와 하이킹, 윈드서핑, 스쿠버 다이빙 등 다양한 스포츠 휴양지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유명한 피노누아 포도원, 스파클링 및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맛있는 음식까지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지휘자가 무대 오르기 전 준비를 하고 있다.
베로나의 오페라는 늦은 여름밤 9시가 돼서야 시작한다. 오페라 ‘나부코’의 한 장면.
알프스산맥 산길을 따라 호수에 이르니 어느덧 익어가는 포도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차창 밖으로 경관을 흘려 보내며 맑은 공기를 들이마신다. 호텔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드디어 베로나다. 오페라는 늦은 여름밤, 9시가 돼서야 시작한다. 짐을 정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인 아레나로 향한다. 무대를 바라보며 오페라의 밤을 기다린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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