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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돌 맞은 노부스 콰르텟 "초반 무관심 힘들었지만… 20·30년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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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1 17:34:13 수정 : 2017-08-21 17: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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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감정이 교차하네요.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힘들었던 시간들이 생각나요. 서글펐던 순간들도 있었고요. 저희 힘으로 성취해낸 시간들을 생각하면 뿌듯하고 자부심도 들어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은 결성 10주년을 맞은 데 대해 “벌써 10주년이라니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출발해 불리한 조건을 딛고 유럽 무대를 누비는 현악사중주단으로 성장한 데서 오는 감회일 듯 했다. 노부스 콰르텟이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10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결성 초기 서로 적응해가던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며 “앞으로 20, 30주년까지 활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후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성장해온 과정, 유럽 무대에서의 반응과 성과에 대해서도 전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2007년 9월 결성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김재영·김영욱(바이올린), 이승원(비올라), 문웅휘(첼로)가 의기투합했다. 이후 2012년 세계 최고 권위의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하고 2014년 한국 현악사중주단으로는 최초로 모차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같은 해에 세계 최고 사중주단들을 거느린 독일 기획사 지메나워와 전속 계약했다. 지메나워에 소속된 첫 한국인이자 유일한 동양인 악단이다. 노부스 콰르텟은 10주년을 맞아 전국투어 ‘노부스 디케이드’를 갖는다. 22일부터 9월 1일까지 7개 도시에서 8회 진행한다. 10주년 공연에 맞춰 이들의 두 번째 인터내셔널 음반도 발매된다.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 배급이다. 차이콥스키 현악사중주 1번,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을 담았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말해달라.



(문웅휘) “10년 전에는 어린 학생이었는데 어느덧 30대가 됐다. 지난 시절 멤버들과 싸운 추억, 함께 고생하고 이뤄낸 것들이 생각난다. 10주년이라고 더 특별하게 연주해야지 이런 마음은 아니다. 매 연주마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려 한다.”



(김영욱) “앞으로도 20주년, 30주년까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이승원) “가족같은 사람들이다. 10년이 지났다니 감개무량하다.”



-10년간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김재영) “저희가 그 어떤 후원도 받지 않고 여기까지 온 유일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다. 초반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관심이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사중주단에 거의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연주회 할 때 티켓 판매도 터무니 없었다.



저희를 증명하는 방법이 콩쿠르 밖에 없었다. 음악하는 사람 중에 부자가 많다는 편견이 있지만, 저희는 그 와중에 그닥 형편이 좋지 않은 넷이 만났다. 콩쿠르 참가할 때 항공·체류비도 레슨해서 벌어야 했다. 그 때 저희를 조금이라도 먼저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었더라면, 조금이나마 힘을 받아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콩쿠르를 통해서 저희를 증명해야만 하는 과정 자체가 괴로웠다. 당시 국제콩쿠르에 아시아 사중주단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저희만 나갔다. 핑계 같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은 기억도 많고 상처도 컸다. 그걸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문웅휘) “2009년 리옹 국제실내악콩쿠르에 나갔는데 본선 끝나고 심사위원이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너 악기가 너무 안 좋다.’ 그 악기로 ARD·모차르트 콩쿠르를 다 거쳤다. 다행히 지금은 어떤 분이 짧은 기간 대여해줘서 쓰고 있다. 여전히 (악기 문제가) 염려되고 걱정된다.”



(김영욱) “후원을 말하기 전에 무관심이 가장 힘들었다. 무관심했기에 후원이 없었던 것 같다. 좀 더 알려지면 무관심이 관심으로 바뀌고, 후배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승원) “현악사중주 장르를 알게 되면 그 매력에 빠지는 애호가들이 생기는데, 그 전까지는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주변에서 ‘귀에 들어오는 게 없는데 뭘 중점으로 들어야 해? 좀 들으면 길고 지루한데 왜 하는 거야’ 하는 분들이 많았다. 작업하는 것에 비해 외로웠는데 저희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음악적인 면에서 힘들었던 시기와 분수령이 된 시절이 있다면.



(김재영) “팀 결성 후 초반이 내부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서로를 알 시간이 필요했다. 안다고 생각는데 미처 몰랐던 모습이 리허설하면서 계속 나오다보니 서로 적응하는 데 4, 5년 걸렸다. 2009년에는 승원이 합류하자마자 한 달 안에 리옹 콩쿠르에 참가해야 하는 상황이라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이승원) “넷 다 개성이 강하다. 음악적으로 교육받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이 모였다. 고집도 세고, 주장하는 바도 센 사람들이다. 하나의 음악을 만들고 색을 하나로 맞춰야 했다. 음악적 아이디어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하나의 색으로 섞이려면 활의 속도나 밀도, 비브라토, 호흡까지 하나하나 다 맞춰가야 했다. 처음에는 그런 게 익숙하지 않았다. 서로 연주방식이 어떤지 알아가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이번에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에서 두 번째 인터내셔널 음반이 발매되는데 음반에 대해 소개해달라.



(김재영) “녹음 직전 승원이가 복통을 호소하며 악기를 못 잡을 정도였다. 독일 바흐 페스티벌 연주 일정을 취소하고 파리로 갔다. 부랴부랴 치료 받고 다음날 녹음을 진행했다.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 처음 보는 프랑스 아티스트 두 명과 안 해 본 곡을 녹음해야 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합이 잘 맞았다.”



(김영욱) “음반 작업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6중주를 안 해보기도 했고, 새로운 사람들과 짧은 시간 안에 녹음이라는 예민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걱정이 엄청 많았다. 녹음 후 음반 편집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70번 넘게 들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좋아서 기쁘다.”



-앞으로 10년에 대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김재영) “지난 10년은 끝없는 도전, 스스로와의 싸움 같은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여유를 갖고 재밌고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한다. 20, 30년 길게 같이할 수 있는 팀이었으면 좋겠다.”



(이승원) “지금까지 기초를 다지고 팀으로서 저희만의 캐릭터를 만든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새로운 좋은 음악을 배우며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사실 현악사중주 곡이 너무 많아서 저희가 하지 못한 명곡이 정말 많다.”



-해외 시장에서 청년 사중주단으로서 노부스 콰르텟의 위상은 어떻다고 보는가.



(김재영) “독일이나 프랑스는 사중주단에 대한 지원이 많은 걸 보면 서러워진다. 그들은 자국민 음악가를 굉장히 사랑한다. 거기에 저희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런 곳에서 힘들게 올라가고 이뤄내고 있기에 성취감을 느낀다. 저희는 2014년부터 (유럽에서) 정식 활동을 했기에 아직도 신인 사중주단이다. 사중주단은 10년이 넘어도 ‘베이비 콰르텟’으로 불린다. 앞으로 5~10년은 계속 신인으로 불리지 않을까.”



(목프로덕션 이샘 대표) “세계적으로 이 또래에서 활동하고 주목받는 팀은 10팀 미만이다. 노부스 콰르텟은 그 중에서도 견고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럽 공연장을 매진시키는 유일한 동양인 사중주단이다.”



-유럽 현지 관객 반응은 어떤가.



(김재영)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는 관객의 눈빛이 되게 무섭다. 아직도 저희가 처음 가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처음 가면 항상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진다. 게다가 그 분들이 동양인을 실제보다 어리게 보기에 저희를 이제 공부 시작한 20대 초반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주가 끝나면 만족하는 분들이 많다.”



(이승원) “독일어 등으로 쓰인 기사를 항상 해석해서 읽어보는데, 인상 깊게 남은 건 우리가 무대에서 서로 눈을 맞추고 미소 짓고, 웃음을 나누며 연주하는 걸 그들이 신기해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연주하는 팀을 본 적이 없다고 평한다. 또 공통적 평가가 외적인 퍼포먼스보다 내적인 감정 표현을 굉장히 깊게 한다는 점이다. 내적으로 깊은 표현을 잘 한다 평해줘 좋았다.”



-나이가 들면서 연주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재영) “연주할 때 (일부러) 이렇게 해야지 생각할 때도 있지만 이미 손과 악기가 하나가 됐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더 노련해지고 견고해진다. ‘나이가 들었으니 이런 걸 보여줘야겠어’가 아니라, 30대가 되면 경험이 쌓인만큼 음악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다. 팀으로서도 저희가 예전에는 소리와 활을 맞추는 노력을 했다면 지금은 자동으로 맞아 들어간다. 그래서 작곡가의 의도 파악 등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부분에 대한 리허설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소리도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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