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농가에서 피프로닐 등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지난해 여름이었다. 이후 농장주들의 양심고백이 이어지자 올해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자체 조사를 했고, 그 결과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검출 시점을 기준으로 최소 4개월 전부터,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년간 달걀의 잔류물질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을 고려하면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소비자들이 살충제 달걀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17일 오후 울주군청 공무원들이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울산시 울주군 산란계 농가의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
18일 식약처는 살충제 달걀 파문이 일어난 지 4일 만에 지금까지 검출된 살충제의 독성 정보를 공개했다. 피프로닐의 경우 급성 위험은 중간이고 만성 독성 때는 간장·갑상선·생식·신경 손상이 있을 수 있다. 1일 섭취 허용량은 0.0002㎎/㎏, 암 유발 가능성은 동물실험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전부다.
이것만 봐서는 살충제를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무엇인지, 어린이·노인·태아·임신부 등 취약계층에게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 이에 반해 미국 환경보호청(EPA) 산하 국립살충제정보센터(NPIC)는 피프로닐의 연원과 효과, 인체 섭취 시 증상, 취약계층에 대한 영향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계란 안전관리 종합대책’의 수거검사 대상에서 살충제를 빼놓는 등 살충제와 먹거리의 관계도 간과했다. 그해 여름, 달걀 농가에서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60건의 검사를 했지만 표본 수가 적어 살충제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후 10월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달걀 문제가 불거지고 당시 손문기 식약처장이 대책 마련을 약속했음에도 관련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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