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올해 들어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이후 대북 대화와 군사옵션 동원 사이에서 널뛰기를 해왔다. 특히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16일(현지시간)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 인터뷰에서 “대북 군사옵션은 잊으라”고 하고, 북핵 동결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해 대북정책 혼선이 극에 달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오른쪽)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대화하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
문제는 북한이 미 정부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ICBM 시험발사나 추가 핵실험 등 도발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북한이 괌 주변을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매티스 장관은 다만 ‘예방전쟁’이나 ‘선제타격’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이 먼저 군사적인 도발을 감행하면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과 함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을 초토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이 적대행위를 시작하면 강력한 군사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어떤 옵션을 선택하든 한국과 협의해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우리의 동맹국이고, 우리가 한반도에서 하는 모든 군사행동은 동맹국들과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던퍼드 의장은 그러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서기로 결정을 했을 때 한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던퍼드 의장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옵션 동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것은 완전히 추측이고, 그렇게 할지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그런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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