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건국 이래 검사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는 역시 경기고다. 통계를 보면 역대 345명의 검사장 가운데 가장 많은 43명(12%)을 배출한 학교가 경기고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들어 경기고의 위세가 완전히 꺾였다. 최근 단행된 검사장 인사에서 ‘전통의 강호’ 경기고 출신 검사장은 유상범(51·사법연수원 21기) 광주고검 차장검사 단 한 명뿐이었다.
그나마 유 차장검사마저 “2014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를 부적정하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났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사장급 보직이 아니다. 한마디로 검사장에서 그보다 아래 계급으로 ‘강등’을 당한 셈이다. 유 차장검사는 인사 발표 당일 사의를 밝혔다. 이로써 경기고 출신 검사장은 0명이 되었다.
경기고가 몰락한 지금의 검찰에선 어떤 학교가 명문으로 통할까. 일단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44명의 출신 고교를 살펴봤다. 44명에는 2년 임기의 법무부 감찰관과 대검찰청 감찰본부장도 포함시켰다. 이들은 비록 개방형 직위이나 현행법상 검사장급 대우를 받고 있는 만큼 검사장으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여의도고 출신 검찰 고위간부. 왼쪽부터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권익환 대검 공안부장, 조상철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
서울 여의도고와 대구 경북고가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를 3명씩 배출해 현재 검찰에서 ‘가장 잘나가는 학교’인 것으로 드러났다. 숫자는 같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여의도고가 한수 위다. 봉욱(52·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조상철(48·〃23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권익환(50·〃22기) 대검찰청 공안부장 등 법무부·검찰의 핵심 요직에 있는 3명이 모두 여의도고 동문이다.
경북고 출신은 김강욱(59·사법연수원 19기) 대전고검장, 박정식(56·〃20기) 부산고검장, 최종원(51·〃21기) 서울남부지검장 3명이다. 대형사건 수사와 정책기획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의 고검장을 맡고 있어 아무래도 현 정부 검찰의 ‘실세’로 불리기엔 한계가 있다.
대구 경북고 출신 검찰 고위간부. 왼쪽부터 김강욱 대전고검장, 박정식 부산고검장,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 |
2명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를 배출한 고교 4곳 중 3곳이 호남지역에 있다는 점은 이번 인사에서 호남 출신 검사들이 상대적으로 약진했음을 보여준다. 우선 광주일고다. 검찰조직의 총수인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과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김우현(50·〃22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그들이다. 이 정부 들어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광주일고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검찰도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어 전남 순천고와 광주 대동고가 있다. 순천고 출신으로는 김회재(55·사법연수원 20기) 의정부지검장과 송삼현(55·〃23기)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대동고 출신으로는 김오수(54·〃20기) 법무연수원장과 박균택(51·〃21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각각 있다. 특히 검찰 인사·예산을 좌지우지하는 검찰국장에 호남 출신 검사가 기용된 것은 노무현정부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호남권 이외의 고교로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 2명을 배출한 학교는 대전 충남고가 유일하다. 이상호(50·사법연수원 22기) 대전지검장과 송인택(54·〃21기) 전주지검장이 주인공이다. 최근 임명된 이왕근 공군참모총장도 충남고 동문이라 요즘 충남고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4성장군과 지방검찰청 검사장 2명을 동시에 배출했다”며 축제 분위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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