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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제철이라고 한창 울어 젖힌다. 매미 곤충은 세계적으로 3000종에 이르고, 우리나라엔 14종이 서식한다. 매미는 보통 큰 겹눈이 머리 양쪽에 툭 불거져 있고, 바늘모양의 입을 생나무에 찔러 생즙을 빨아먹는다. 매미는 알→애벌레(구더기)→성충의 한살이(일생)를 하여 번데기 시기가 없는 불완전 탈바꿈(변태)을 한다. 암컷은 교미 후 배끝에 달린 침(針)모양의 산란관(産卵管)을 죽은 나뭇가지에 꽂아 알을 낳고서는 죽는다. 알에서 깨인 유충은 땅바닥으로 떨어져 센 다리로 꼬박 30㎝를 파고들어가 나무뿌리즙액을 빨아먹으며 3~7년을 땅속에서 변태한다.

매미는 보름 정도 살려고 땅속에서 길고긴 세월을 그렇게 기다린다. 다 자란 애벌레는 땅굴을 파고 나와 자기가 신세 진 나무그루터기를 타고올라 둥치나 줄기, 잎에 매달려 날개돋이(우화)후 허물(선퇴)을 남기고 성충이 된다.

매미 배(복부)를 들춰보면 첫번째 마디에 흰 뚜껑이 있고 그 아래에 소리통(발성기)이 들어 있는데 수컷은 커다랗고 암컷은 매우 작다. 그러기에 암컷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 요컨대 수매미의 떼울음은 암컷의 마음을 사겠다는 꼬드김(구애)의 교향곡이며, 청순한 사랑의 합창이다. 하여 수시로 시끌벅적 질러대 귀 따갑다 하더라도 거슬리게 여기지 말지어다.

속담에는 매미를 비유해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면서 편히 지내는 처지를 ‘그늘 밑의 매미 팔자’라 하고, 불시에 습격함을 일러 ‘버마재비 매미 잡듯’하다고도 얘기한다.

매미의 날개는 그지없이 맑고 투명하다. 조선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머리에 쓴 관모(冠帽)를 날개 익(翼)에 매미 선(蟬)자를 써 익선관(翼蟬冠)이라 하는데, 이 익선관 꼭대기 뒤에 매미 날개모양의 작은 뿔 두개가 달려 있다. 1만원권 지폐의 세종대왕이 쓴 관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임금의 관에 매미 날개를 단 것은 매미가 지닌 학식(文), 깨끗함(淸), 청렴함(廉), 검소함(儉), 신의(信)의 오덕(五德)을 늘 잊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다. 하찮은 벌레인 매미에게서 선정(善政)의 지혜를 얻은 우리 선조들이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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