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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사 이래로 미래 예측 능력 키워
사유 실험하면 미래를 능동적으로 대처
사람은 이 세상에 출현한 뒤로 미래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고 싶어했다. 사실 이 욕망은 이루기 쉽지 않다. 인간의 지성과 능력으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실도 파악해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미래는 지금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예측할 수가 있지만 예측해도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인간은 유사 이래로 점성술이나 주역점을 이용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능력을 키워 왔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재도 사람은 어설프게 대응하는데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면 사람은 더더욱 어설픈 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는 인간에게 일종의 암흑지대와 같다. 미리 알려고 하지만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예측을 통해 대비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면 어설프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인간에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일까. 사실 우리가 특정 문제 상황에서 놓여서 자료를 찾고 대안을 검토하며 주위 사람과 상의한 뒤에 판단을 내리는 선택과정을 살펴보면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다. 우리는 문제 상황에서 단 한 가지 대안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대안으로 검토하게 된다. 이때 대안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해 우선순위를 매겨서 최선을 선택한다. 또 최선의 방안을 선택한 뒤에도 상황 전개 여하에 따라 또 다른 가능성을 플랜B 등으로 준비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미래는 우리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꼭 진행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렇게 되리라고 가정하는 숱한 가능성과 그 조합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미래가 과거나 현재와 연동해서 일어나며 인간의 대응 여하에 따라 윤곽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현재에서 미래를 바라볼 때 실제 현실은 수많은 가능 현실 중에서 하나가 현재화되는 것이다.

미래를 잘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존에 있었던 사실과 자료를 학습해 규칙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는 기억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다음으로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의 상황을 가정해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대안을 구성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비교 판단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전자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대상으로 기억하는 학습이라면, 후자는 앞으로 있을 상황을 가상해 방향을 예측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대비는 학습에 의한 기억과 실험에 의한 예측을 결합해야 한다. 여기서 실험은 자연계와 이공계의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작업보다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게 하는 사유 실험을 말한다.

사유 실험은 인간이 알 수 없는 미래 상황에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이자 방향이다. 요즘 우리의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북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자리, 부동산 등의 사안은 이미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끝나지 않아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기가 쉽지 않다. 충분한 사유 실험을 하면 미래가 현실이 됐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고 예상한 일처럼 여유 있게 대처할 것이다. 그것이 개인과 집단의 능력치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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