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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첫 댓글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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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7 20:53:45 수정 : 2017-08-17 20: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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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 타인 의견에 지나치게 의존
무조건 동조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같은 정치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크고 작게 우리 사회에 댓글로 인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어떤 사건이 생기거나 궁금한 사람이 생기면 여지없이 인터넷을 달구게 된다. 한번 인터넷상에 이름이 오르면 금세 신상털기가 시작된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그냥 그런 댓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아무 느낌 없이 동조하는 댓글을 쓰고 있다.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매 순간이 불확실함의 연속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우연히 옆집에서 들려오는 저 비명이 친구끼리의 장난인지, 아니면 가정폭력과 같은 위험한 상황인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사회가 지나치게 다양해졌고 여러 사건이 난무하게 되면서 삶은 불확실함 속에서 점차 판단이 어렵다.

이러한 경향은 온라인상에서도 나타난다. 어떤 여행지를 고를지,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정치인을 뽑을지 등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이 남긴 후기나 댓글을 참조한다. 물론 사실을 그대로 적었거나 솔직한 자신의 느낌을 남긴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후기나 댓글이 편향적으로 조작되기도 한다.

물품을 살 때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거기에 달린 후기를 보고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댓글이나 후기를 보고 구매했는데 실제와 다른 경우를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경험했으리라. 이런 댓글이나 후기는 시장 경제나 정치, 그리고 우리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최근의 한 심리학 실험을 보자. 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읽고 다른 사람의 댓글을 볼 수 있게 했다. 즉 다른 사람의 댓글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싫어요’를 누를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남길 수 있다. 이때 댓글 중 가장 처음 글을 일부러 긍정적인 글로, 또는 부정적인 글로 만들어 올려 보았다. 처음 댓글이 지닌 효과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그 결과 중립적인 글과 비교해 긍정적인 첫 글이 달린 경우에는 너무 좋다는 긍정적인 댓글이 계속 달리게 된다. 반면 부정적인 글이 달린 경우 그다음의 글은 거의 다 비판적인 댓글이었다. 이런 현상은 첫 댓글이 중립적인 경우와 비교했을 때 거의 3배 이상이나 높았다.

똑같은 기사나 사건에 대해서 처음 달리는 글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다음 반응은 정반대로 달라지는 것이다. 아직 판단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 들어오는 댓글을 접할 때 이 글을 쓴 사람은 나보다 이걸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첫 댓글은 사람에게 큰 사회적 영향을 미치게 되고,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바로 인간이 지닌 ‘정보적 동조’ 심리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서 무엇이 맞는 것인지 판단하기 점차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의 생각이 어떤지,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해 정보를 얻고, 그러고는 그대로 동조하는 심리이다.

무조건적인 동조가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댓글을 쓴 사람도 아무 생각 없이 쓴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아니면 어느 한쪽 편에서 일부러 편향적인 정보를 흘린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 보자. 인터넷 대국에서 사는 우리가, 이젠 그 정도의 성숙함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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