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에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아래에서 일어났던 비참함은 끝이 없었다. 남녀구별도 못할 정도로 새까맣게 타버린 사람, 물을 구하기 위해 강가까지 왔지만 거기서 숨을 거둔 사람들로 강물이 안 보일 정도로 시체로 가득했다. 또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방사선으로 인한 장애 때문에 평생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고 사회에서도 차별받으며 살아야 했다. 지금까지 피폭자들은 과거에 겪은 참혹한 일에 대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인생의 끝을 맞이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게 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제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원자폭탄의 어마어마한 피해로 끝을 맺은 이 전쟁이 어떻게 해서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도 잘 기억해야 한다. 일본 국민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강력한 리더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런 말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것은 아주 싼 술에 취하는 것과 닮았다. 값이 싼 술은 조금만 마셔도 사람을 취하게 해서 머리에 피를 솟아 올리게 한다. 사람의 소리는 점점 커지고 그 행동은 난폭해지고 논리는 단순화되고 자기 머릿속에서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소란을 피운 뒤에 남는 것은 기분 나쁜 두통뿐이다. 그러한 값싼 술을 후하게 대접하고 떠들림을 선동하는 정치가나 언론에 대해서 우리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한반도는 지금 전쟁위기 속에 있다. 자신의 나라만 지켜야 되는 일이 아닌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자기 나라의 사정을 넘어서 평화를 지킨다는 하나의 목표 하에 손을 내밀어 무력행위로 인한 충돌만은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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