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에서의 8월15일은 두 가지를 기념하는 날이다. 하나는 1945년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날이고 또 하나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그런데 이날을 맞이하면서 항상 느낀 것은 역사를 보는 시각이 나라마다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주 듣는 말은 ‘일본은 피해를 받은 것만을 주장하고 있다’는 말이다. 확실히 일본에서 방영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희생받는 쪽으로 시선이 기울어져 있다. 이것은 일본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핵폭탄을 2개나 맞은 나라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알려면 가해자이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던 구 군부이고 서민들은 피해만 받았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모든 국민에 있다.

72년 전에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아래에서 일어났던 비참함은 끝이 없었다. 남녀구별도 못할 정도로 새까맣게 타버린 사람, 물을 구하기 위해 강가까지 왔지만 거기서 숨을 거둔 사람들로 강물이 안 보일 정도로 시체로 가득했다. 또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방사선으로 인한 장애 때문에 평생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고 사회에서도 차별받으며 살아야 했다. 지금까지 피폭자들은 과거에 겪은 참혹한 일에 대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인생의 끝을 맞이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게 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제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올해 핵무기로 직접 피해를 입은 피폭자들의 증언과 그들의 노력 덕분에 유엔 가맹국 중 122개국이라는 많은 나라의 찬성으로 핵무기금지조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지금 세계에서는 1만5000개의 핵무기가 있다고 하는데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가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인 것을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은 참석하지 않고 미국의 밑에 있는 일본도 참석하지 않았다. 유일한 피폭자가 생존하는 일본이 어떤 이유가 있든 간에 적어도 참석해서 같은 마음임을 표현해 줘야 하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피폭자들은 이제 나이가 꽤 많이 들어 해마다 줄고 있는 가운데 그들은 무관심과 잊어버림이 제일 무섭다고 말하고 있다.

원자폭탄의 어마어마한 피해로 끝을 맺은 이 전쟁이 어떻게 해서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도 잘 기억해야 한다. 일본 국민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강력한 리더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런 말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것은 아주 싼 술에 취하는 것과 닮았다. 값이 싼 술은 조금만 마셔도 사람을 취하게 해서 머리에 피를 솟아 올리게 한다. 사람의 소리는 점점 커지고 그 행동은 난폭해지고 논리는 단순화되고 자기 머릿속에서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소란을 피운 뒤에 남는 것은 기분 나쁜 두통뿐이다. 그러한 값싼 술을 후하게 대접하고 떠들림을 선동하는 정치가나 언론에 대해서 우리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한반도는 지금 전쟁위기 속에 있다. 자신의 나라만 지켜야 되는 일이 아닌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자기 나라의 사정을 넘어서 평화를 지킨다는 하나의 목표 하에 손을 내밀어 무력행위로 인한 충돌만은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