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에 따르면 그제 경기 남양주 양계농장을 조사한 결과 달걀에서 살충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이 농장은 친환경인증농가였지만 벼룩과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했다. 피프로닐은 과다 섭취할 경우 간장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살충제 달걀의 유통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농가가 하루에 2만5000여개의 달걀을 생산해 도매상 격인 중간 유통상 5곳에 납품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경기 광주의 양계장에서는 살충제 비펜트린이 과다 검출됐다. 이곳 역시 친환경농가로 인증 받은 곳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달걀을 대상으로 한 잔류농약 검사는 최근 3년 동안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달걀의 피프로닐 검출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양계장들이 그동안 친환경인증 마크를 붙이고 살충제를 사용했으나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국민 식품인 달걀의 안전성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됐는지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정부당국의 주먹구구식 식품관리와 농가의 허술한 안전의식이 빚은 합작품이다. 현행 규정상 양계장에 살충제를 살포할 때는 양계장 내에 닭이 없어야 한다. 살충제를 살포한 이후에도 약 한달간의 휴식기를 거쳐야 닭을 다시 양계장으로 들여올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양계장은 닭이 양계장에 있는 상태에서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모두가 즐겨먹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한다지만 소비자의 신뢰는 이미 무너진 상황이다. 정부는 살충제 달걀의 유통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한 뒤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구멍 뚫린 정부의 식품관리 체계도 조속히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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