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연경의행복줍기] 김PD의 달콤한 비밀

관련이슈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8-15 21:53:27 수정 : 2017-08-15 21:53: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누구에게나 행복한 기억이 있다. 우리는 슬프고 괴로운 기억은 빨리 털어 내려고 애쓴다. 그래서 우리 가슴속에 찰랑찰랑 고여 있는 기억은 대부분 따뜻하고 행복하다. 행복한 기억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한다. 추억은 늘 아름답다. 현실이 남루할수록 추억은 더 빛을 발한다. 설사 아픈 기억이라도 추억이라는 단어로 자리매김을 하면 설탕가루를 솔솔 뿌린 듯 달달해진다. 행복한 기억이 많은 사람은 예금통장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든든하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 사람은 악에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하다.” 아름다운 추억, 행복한 기억은 청량한 숲길의 즐거운 산책과 같다. 힘든 오늘을 견디게 해 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사는 게 조금도 행복하지 않다 치자. 그렇다고 행복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것인가. 행복은 연습이고, 습관이다. 영어단어를 반복해서 외우듯, 수학문제를 열심히 풀 듯 자꾸 노력하면 된다. 오늘 행복하지 않은 나. 그렇다면, ‘언제 행복했을까. 무엇을 할 때 행복했을까. 누구랑 같이 있을 때 행복했을까’하고 기억을 끄집어내 보자. 행복을 느끼는 건 의외로 소소한 일에서다. 오늘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한 기억을 따라 그 장소에 가보거나 그 일을 해보거나 그 음식을 먹어 보자. 살살 부채질을 하듯 가슴 밑에 가라앉은 행복이 솔솔 일어나 나를 부드럽게 감싸안을지 모른다.

행복 실천을 생각하다 보니 기억나는 방송제작 김PD가 있다. 그는 행복은 많이 가진 자의 특권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자기와 처지가 다르지 않은 동료 한 명이 환한 표정으로 웃는 걸 보았다. ‘뭐가 저렇게 좋은 거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동료는 늘 웃고 있었다. 그는 그 비법을 물었고 자기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 동료는 행복노트를 갖고 있었다. 아주 잠시라도 행복한 기분을 느낀 날이면 무조건 적었다. 일상에서 느낀 행복한 순간을 그때마다 모두 적어 두고 마음이 고단하고 우울한 날 그걸 읽어 보고 그중에 당장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있었다. 그 동료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으로 오늘의 불행을 날려 버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행복하기가 그렇게 쉬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당장 행복노트를 만들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행복한 순간들로 노트가 채워지고 그도 동료만큼 행복해졌다.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잊지 않도록 행복노트를 써본다면 행복을 반복연습해서 행복해지는 게 습관이 될 수 있다. 얼마나 든든하고 멋진 일인가. 최고의 습관을 가진 나, 오늘 당당하게 행복해보자.

조연경 드라마 작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