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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쟁과 권력에 부역한 과학… 반복의 역사 안된다

입력 : 2017-08-12 03:00:00 수정 : 2017-08-11 2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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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김범수 옮김/동아시아/9500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김범수 옮김/동아시아/9500원


흔히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고 말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독가스는 히틀러의 손에 들어가 끔찍한 방법으로 사용됐다.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는 3000여명의 과학자를 동원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파괴성을 목격한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학문과 기술이 전쟁에 동원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77)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는 신간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에서 과학자들이 자성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전쟁의 무기로 동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세기의 과학은 권력과 전쟁에 부역했다. 인류는 지난 세기 두 번의 세계 전쟁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수많은 생명의 목숨을 잃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은 ‘과학실험의 장’이라 부를 만큼, 대량살상무기들이 실전에서 시험됐다. 여기에 동참한 과학자 중에는 노벨상을 받은 이도 여럿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노벨 물리학상이나 화학상은 향후 인류의 발전에 현저하게 공헌할 것이라고 평가받은 과학기술, 그리고 그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에게 주는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 그 기술이 전쟁에 사용되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어온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오랫동안 원전 반대 운동을 벌였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두고 “사고는 일어날 만하니까 일어났다”고 말한다.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정부, 구분되지 않는 건설과 심사 주체, 발전소를 짓기만 할 뿐 안전 유지에 돈을 들이지 않는 전력회사 등이 그 ‘원흉’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원전 가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바로 중단하라고 말하면 멋있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원전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원자력 연구에 인재와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미 있는 원전을 사용하든 멈추든 안전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저자의 태도는 태평양전쟁 막바지이던 1945년, 집 앞에 떨어진 소이탄 불발탄과 불타던 나고야 거리의 기억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과학의 사회적 책임, 즉 스승 사카타 쇼이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과학자이기 전에 시민이 되자’고 강조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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