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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방황의 계절 된 여름방학… 청소년 노리는 '그놈들'

입력 : 2017-08-07 19:29:35 수정 : 2017-08-08 1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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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떠도는 가출 청소년, 범죄 무방비 노출 / 주요 활동공간 학교 밖으로 이동 / 따뜻한 날씨… 충동적으로 집 나와 / 유흥가 밀집지 배회… 탈선행위 / 여학생들은 성범죄 등 피해 늘어 / 쉼터 등 연계 선도·보호활동 시급
“도와주실 분 없나요. 모른 척하셔도 괜찮지만 이제는 걸을 힘도 없네요.”

지난 6일 집을 뛰쳐나온 정수(16·가명)군은 인적이 드문 공원에 앉아 인터넷 가출카페에 글을 올렸다. 가출 후 밥은커녕 제대로 쉴 곳도 없어 찜통더위 속에 이곳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비슷한 또래의 가출 청소년들이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는 카페에 글을 올리면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고 기대를 품었지만 반응은 없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30분째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댓글은 달리지 않았다.

이같이 방학 때 집을 나왔다가 범죄에 노출되는 청소년이 크게 늘고 있다.

7일 경찰청 ‘하계방학 중 청소년 범죄·비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년범 검거 인원은 학기 중인 3∼6월에는 월평균 6480명이지만, 여름방학 기간인 7∼8월에 6916명으로 6.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범죄에 쉽게 노출되거나 범행을 저지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정과 학교의 통제가 느슨해지고 외부 활동이 다른 계절에 비해 용이한 점 등이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12∼18세 미만 청소년 전체 가출(실종)의 17.8% 정도가 여름방학 기간 중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밤늦은 시간 유흥가 밀집지역이나 노래방, 오락실 등 청소년 유해업소 주변을 떠돈다. 또래들과 ‘가출팸’(가출한 청소년들이 모여 가족처럼 함께 거주하거나 몰려다니는 걸 의미)을 결성하거나, 모텔·원룸 등에서 같은 처지의 청소년들과 함께 모여 살기도 한다.

서울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아무래도 노숙이 가능한 계절이라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 나오는 아이들까지 많아진다”며 “의지할 곳이 없다 보니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다 음주, 절도 등 범죄에 손을 대기도 한다”고 전했다.

최근 가출 청소년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가출카페 등에는 하루 평균 100여개의 글들이 올라온다. 담배를 대신 사다 줄 성인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일행을 구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돈을 빌려준다’며 고금리의 대출을 유도하는 글도 있다.

여학생들이 성매매에 연루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출카페에는 ‘여성전용’, ‘공주모집’ 등 성매매임을 짐작할 수 있는 구인 광고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처벌법으로 적발된 ‘여자청소년’ 수는 2014년 63명, 2015년 123명에서 지난해 203명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29)씨는 “학교의 관리가 느슨해지고 상대적으로 자유시간이 많은 방학에 성매매를 하거나 성범죄 피해자가 되는 사례까지 종종 있다”며 “자율학습도 신청한 학생들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교사의 감독에서 벗어난 학생들까지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학 기간 중인 7월19일∼8월 24일 가출 청소년을 비롯한 학생 및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정 복귀를 유도하거나 전국 청소년 쉼터 등을 연계하는 선도·보호 활동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강변과 공원 등에 청소년들이 모여 음주를 하거나, 밤늦게까지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 등에 드나드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안전한 복귀를 위해 유해환경 정화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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