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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24) SLS ‘RS-25’ 엔진과 한국형 발사체의 75t급 엔진

입력 : 2017-08-05 10:00:00 수정 : 2023-11-12 21: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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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는 ‘심장’, 즉 엔진을 만드는 일이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유인 화성탐사를 수행할 SLS(Space Launch System) 로켓의 주력 엔진인 ‘RS-25’의 개발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RS-25는 SLS를 위해 완전히 새로 개발된 엔진은 아니다. 우리에게 ‘콜롬비아’와 ‘챌린저’,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인데버’ 등의 이름으로 더 친숙한 우주왕복선 시스템의 궤도선에 장착된 주엔진으로 벌써 30년 넘게 쓰였다. 이 때문에 이 엔진은 그동안 RS-25라는 이름보다 우주왕복선 메인엔진(Space Shuttle Main Engine)의 약자인 SSME으로 더 많이 알려져 왔다. 이제 우주왕복선은 퇴역했고, 앞으로는 SLS에 사용되기 때문에 더 이상 SSME라고 부를 일은 없다.

 

시험 중인 ‘RS-25’ 엔진.

우주왕복선에서는 3개의 RS-25 엔진이 다발로 묶여 클러스터링이 되었는데, SLS 발사체의 1단 로켓에는 4기가 클러스터링이 된다.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쓰는 이 엔진은 높은 비추력을 보이지만 추력 자체는 엔진당 200t급으로 크지 않은 탓에 이륙할 때에는 우주왕복선과 마찬가지로 SRB라고 부르는 추력 1600t급의 고체 로켓 부스터(Solid Rocket Booster) 2개가 발사체 양쪽으로 장착된다.

 

미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발사체 SLS의 발사 상상도.

요즘 우주발사체는 완전히 새로운 개발을 시도하기보다 기존 기술을 잘 활용하고 개량하여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기존에 잘 구축된 기술과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고 신규 개발에 따르는 위험성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SLS도 그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그동안 우주왕복선에서 축적된 주엔진과 부스터(승압 변압기) 엔진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크고 작은 문제가 많았고 또 2번의 비행사고로 14명의 우주비행사를 잃었던 우주왕복선 시스템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SLS는 2018년 말 첫번째 탐사 임무(EM-1·Exploration Mission 1)를 수행한다. 첫비행 때는 SLS의 맨 위에 우주비행사가 탑승하는 ‘오리온 우주선’(Orion Spacecraft)이 올려진다. 다만 비행 자체는 무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SLS는 이후 유인비행을 준비하고, 점차 기능을 확대해 가며 비행영역을 달로 넓혀 나갈 것이며, 이후 화성을 향해 먼 항해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뒤 그를 포함해 12명이 달 위를 걸었으나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달에 다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세월이 50여년 가까이 지났고, 인류는 다시 달과 화성에 직접 가는 꿈을 꾸고 있다. 아니 이제는 단순한 꿈이라기보다 그 계획을 현실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는 게 옳은 듯하다. RS-25 엔진은 인류를 다른 행성으로 보내주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도 우주탐사를 위한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에 한창이다. 지금은 우리의 손으로 한국형발사체의 심장인 추력 75t급과 7t급 엔진 개발에 온 힘을 다 기울이고 있다.

 

우리 엔진은 추진제로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사용한다. RS-25와 같이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쓰는 엔진과 비교할 때 비추력은 비록 낮지만 엔진 단위 중량당 추력은 더 크다. 추진제 밀도 측면에서 보면 케로신은 액체수소에 비해 10배나 더 크기 때문에 발사체에 더 많은 추진제를 탑재할 수 있다. 또한 케로신은 상온 추진제이기 때문에 초극저온 상태인 액체수소를 다루는 것에 비해 비용이나 안전 측면에서도 많은 유리한 점이 있다.

 

한국형발사체(KSLV-Ⅱ)에 적용될 75t급 액체 엔진.

어느 추진제가 ‘더 좋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아폴로 프로젝트에 사용한 ‘F-1’ 엔진까지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주력으로 썼으나 ‘우주왕복선 시대’부터는 수소 엔진을 사용해 오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수소 엔진을 주력으로 쓰고 있다. 이 엔진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효율은 높지만 부족한 단독 추력을 보충하기 위해 별도의 고체 로켓 부스터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최근의 전세계적인 발사체 개발 추세는 친환경과 저비용, 고신뢰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 분야의 새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스페이스엑스(SpaceX)사가 미국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케로신과 액체산소의 조합을 다시 선택한 것은 경제성 있는 개발을 통한 발사비용 절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시장 확보라는 산업적 요구조건을 전적으로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구소련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케로신과 액체산소 조합의 엔진을 많이 개발해 왔다. 엔진 자체의 추력이 크다 보니 추력 보강을 위한 고체 부스터가 필요하지 않아서다. 특히 이런 엔진이 쓰인 ‘소유즈’ 발사체를 유인 프로그램용으로 운영해 왔으며, 1971년 이후 단 한차례도 인명사고가 없을 만큼 안정적이기도 하다. 소유즈 발사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1700여회에 이르는 동안 97.5%에 달하는 발사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사실상 100%를 보여주고 있다.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주 추진제로 사용하고, 과산화수소 가스 발생기 사이클을 적용한 ‘RD-107’과 ‘RD-108’ 엔진은 그동안 러시아의 모든 우주인들을 지구 밖으로 보내는 역할을 해 왔다. 또한 차기 유인 프로그램에 쓰일 ‘앙가라’ 로켓도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사용하는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인 ‘RD-191’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케로신을 연료로 택해 개발해 왔다. 국내에는 사실상 액체수소를 다량 취급할 만한 산업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수소는 분자량이 작아 소재에 침투하여 깨트리는 성질(취성)과 함께 초저온에서 다뤄야 하는 만큼 재료 개발 등에서 문제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이보다 기술적 인프라가 널리 쌓여있고 친숙한 케로신을 선택한 것이 우리로서는 가장 타당하고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우리는 다른 선발주자들에 비해 로켓 역사와 기술, 노하우는 부족하지만 독자 로켓 개발을 묵묵하고 성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한국형발사체의 형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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