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과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혹시 모를 질병이나 상해의 위험을 생각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 이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준비하는 행위다. 그래서 동기 부여가 잘 안 된다.
최은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보험이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인한 금전적 충격을 완화하는 수단이다. 갑자기 암에 걸려도 건강보험상품에 가입했다면 막대한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장이 아파 가계의 소득이 줄어도 생활비를 보장해주는 보험이 있으면 메디컬푸어(medical poor)로 전락할 위험이 줄어든다. 위험이 더 큰 위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단 병이 발병하고 나면 보험 가입이 제한될 수 있다. 질병이나 상해의 종류, 연령에 따라 가입조건이 다르니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직 젊고 건강할 때 서둘러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안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
이제 막 소득활동을 시작한 20대라면 실손보험과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부터 먼저 마련하자. 기혼자들은 만일의 불상사를 대비한 종신보험, 각종 질병과 상해를 보장하는 건강보험을 탄탄히 준비해둬야 한다. 독일의 행동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 회퍼의 말처럼 실천은 ‘생각’이 아닌, ‘책임질 준비’를 하는 데서 나온다. 100세 시대에 나의 건강과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최은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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