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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 돈 없다던 배구협회, 호화 취임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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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6 06:00:00 수정 : 2017-07-26 20: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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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 베르사이유홀에선 대한배구협회 오한남(65) 신임 회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배구계의 숱한 원로들과 전 남자 국가대표 이경수 등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그보다 눈길을 끈 건 100여명의 참석자를 족히 수용하고도 남았던 취임식 규모다. 호텔 측에 문의하니 “1회 기준으로 홀 대관료만 880만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에 제공된 주류 및 식사를 포함하면 1000만원을 웃돈다.

같은 날 IBK기업은행 배구단은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결선에 나서는 여자 배구대표팀에 30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26일 결선 개최지인 체코로 떠난다. 하지만 협회가 지난 6월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1억원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면서 대표팀 12명 중 6명은 비즈니스석을, 나머지는 이코노미석을 쓰기로 했다. 보다 못한 구단이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추가 지원금을 내놓은 것이다.

안병수 체육부 기자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호화판 취임식’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그간 협회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표팀을 부실하게 지원했다는 논란을 수차례 빚었다. 그런데 앞에서는 “돈이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고 정작 오 회장의 취임식에선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대표팀 선수 1명의 비즈니스석 왕복 비용은 약 500만~600만원이다. 취임식 비용만으로 2명의 선수가 문제의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었다.

이 같은 지적에도 협회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협회 예산은 대한체육회가 집행하고 KOVO와 구단에서 받는 지원금으로 일정 부분을 충당한다. 협회 관계자에게 “협회 자체적으로 수익 창출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어떻게 할 건지 구상을 하고 있다. 돈이 있어야 대표팀 지원이나 유소년 발전이 가능하다”며 말꼬리만 흐렸다. 오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합이 자주 있는데 예산에 한계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KOVO 관계자는 “누가 비즈니스석을 타고 안 타고의 문제는 아니다. 협회가 자생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대회마다 KOVO와 구단에 손을 벌려 임기응변으로 해결하는 협회의 비정상적인 운영 행태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협회는 지난달 오 회장이 선출된 뒤 ‘새 판’을 짜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선수 지원 대신 취임식이라는 ‘요식 행위’에 치중하는 모습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과거 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돈이 없어 주변 단체에 무시당한다”고 토로했다.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닌 ‘태도’에 있다는 것을 협회만 모르는 건 아닐까.

안병수 체육부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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