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성별 피해자 집계를 시작한 2015년 5228명이던 남성 피해자 수는 지난해 6440명으로 늘어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 681명→835명 △30·40대 747명→903명 △40·50대 883명→1094명 △50·60대 938명→1074명 △60세 초과 863명→1010명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에서 남성 피해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미정 여성권익연구센터장은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의견이 강해지면서 남녀간 갈등이 많이 발생해 남성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면 ‘바람직한 남성상’과 멀어져 사회적으로 실패자가 된다는 두려움 탓에 상담을 주저한다”고 말했다.
남성 피해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 시설이 태부족이라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남성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시설은 별도로 관리하거나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의 상담시설에서 남성들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센터장은 “남성들이 전화해 상담을 요청하면 기존 상담소에서는 남성에 대한 상담을 진행해본 적이 없어 다른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남성들은 여기저기 옮겨 상담을 요청하다 결국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성을 중심으로 피해자 지원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인데, 상대적으로 남성은 피해자 지원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성 피해자를 위한 상담센터는 서울에 단 1곳뿐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세운 것이 아닌 무료 봉사단체다. 서울 양천구 ‘남성의전화 상담센터’ 이옥이 센터장은 “남성 피해자들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참다가 상담받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가정폭력을 장기간 참아온 남성이 폭발해 아내를 폭행하는 등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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