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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서 네거티브 전략 커다란 위력
의심이 달콤하더라도 필히 검증 거쳐야
선거는 후보자가 자신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후보자끼리 서로 공약을 두고 예산 측면에서 실현 가능한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지 논쟁을 벌인다. 국민들은 후보자들의 경쟁 과정을 통해 어느 후보가 낫고 안정적인지를 판단해 투표일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최근 선거를 보면 이와 다소 거리가 먼 특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상대 후보의 단점을 찾아내서 집요하여 공격해 국민들이 해당 후보를 싫어하게 만드는 네거티브 전략이 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19대 대선에서도 네거티브는 커다란 위력을 발휘했다. 네거티브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유효한 전략이 될 수는 있지만 엄밀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가 없다.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가 나중에 네거티브가 허위로 밝혀지게 되면 기대하려는 효과만큼이나 혹독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대선 과정에서 채용 특혜와 관련해서 의혹을 제기했다가 그 의혹을 뒷받침하던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낳고 있다. 시시비비가 조만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여기서는 우리 사회의 검증 문화와 관련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에서 의심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근대철학의 개막을 알렸다. 그 개막에서 의심은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근대 이전에 신의 말씀이나 전통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를 선택하는 중요하는 기준이었다. 사람은 옳고 그름을 따지다가 신과 전통의 권위에 부닥치게 되면 더 이상 생각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통이라고 해서 모든 게 옳은 것이 아니다. 과학에서 천동설과 사회에서 신분제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자연의 진리이자 질서로 간주돼왔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가?’라는 의심에서 출발해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우주를 관찰하면서 천동설은 더 이상 진리로 군림할 수 없었다. 황제와 귀족이 각종 비리와 타락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더 이상 하늘의 점지를 받는 신비한 존재가 아니라 보통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됐다. 이때 의심이 객관적 진실과 결합하면서 오랫동안 믿어온 진리가 가짜로 들통 나게 되고 과거에 누렸던 영광은 여지없이 사라지게 됐다.

과학과 철학의 발전에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단초는 의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제기했던 모든 의심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긍정적 기능을 했던 것은 아니다. 의심이 객관적 진실로 입증되지 않으면 과학과 철학의 역사에서 한 차례 사람들의 관심을 끈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다. 이렇게 효과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하더라도 의심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심을 어떻게 키워 가느냐에 있다. 의심은 자신의 진실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려면 사실과 결합하기까지 기다리는 미덕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의심과 그것으로 인해 기대되는 결과와 결합하게 되면 사실은 뒷전이고 의심이 없는 사실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둘의 결과가 엄혹하게 갈리는 만큼 의심이 아무리 달콤하다고 하더라도 쓰라린 검증의 시간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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